소용량으로 출시된 화장품. / 사진=네이처리퍼블릭 제공
소용량으로 출시된 화장품. / 사진=네이처리퍼블릭 제공
최근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는 '미니 세트'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제품을 소용량으로 출시해 가격 부담을 낮춘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다양한 제품을 사용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신중히 선택하려는 이른바 '호핑족'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4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외 뷰티 브랜드들은 기존 제품 가격을 내리고 제품을 소용량으로 출시하고 있다.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가성비'가 트렌드로 떠오른 데다 화장품 브랜드가 많아지면서 전보다 신중한 소비를 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업계에선 이들을 '호핑족'이라고 부른다. '깡충 깡충 뛰어다닌다'는 뜻의 영어 단어 'hop'과 '쇼핑 shopping'의 합성어로 단일 브랜드나 제품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체험을 통해 구매하는 소비자를 뜻한다. 한때는 대용량 화장품이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호핑족을 노린 소용량 제품이 대세다.

실제로 국내외 화장품 브랜드들은 최근 2년 사이에 소용량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메이크업 브랜드 베네피트는 인기 제품인 핑크 블러셔 '단델리온'과 코랄색 틴트 '차차틴트'를 기존 제품의 절반 크기로 만들고 가격을 낮춰 판매하기 시작했다.

랑콤 역시 23만원대의 100ml 용량을 가진 '랑콤 제니피끄 프로바이오틱스 에센스'를 20ml로 용량을 줄이고 가격도 7만원대로 내려 판매했다. 기존 고정 고객보다 신규 고객인 젊은층 공략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 브랜드 역시 비슷한 추세다. 부담 없이 테스트해 볼 수 있도록 출시된 '체험 키트(KIT)' 형식의 제품들이 주목 받고 있다. 체험 키트는 다양한 색과 제품 등을 하나의 세트에 소포장으로 담아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제품을 일컫는다.

네이처리퍼블릭에 따르면 지난해 소용량으로 선보인 '키스 마이 미니 립스틱 키트'의 판매량은 단품 평균 판매량보다 약 30배 이상 높았다. 제품 한 개를 구매할 수 있는 가격에 소용량으로 6가지 색을 사용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선보인 '프로 터치 컬러 마스터 섀도 팔레트' 역시 출시 하루 만에 2만개가 완판됐다. 소용량으로 나왔지만 30가지 섀도를 다 써볼 수 있어 가성비가 높다는 평가다. 다양한 색을 써보고 싶지만 여러개를 구매하기 부담스럽다는 점을 고려했다.

소용량 제품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연말에는 립 부문 판매 1위 제품인 '바이플라워 트리플 무스 틴트'의 베스트 컬러 6종을 담은 '키스 마이 무스 틴트 키트'를 내놓기도 했다.

최근 국내외 신규 화장품 브랜드가 급증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같은 소형화 트렌드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제품은 자주 바꾸지만 합리적인 소비를 위한 소용량, 소포장 제품들이 인기"라면서 "앞으로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체험 키트 형식의 제품들도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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