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올해부터 ‘사회적 가치 창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사회적 가치 창출이 곧 기업 생존과 직결된다”는 최태원 SK 회장의 경영철학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SK하이닉스는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을 통해 사회적 가치 창출을 전담하는 임원급 조직 ‘지속경영추진담당’을 신설했다고 3일 발표했다. 지속경영추진담당 조직은 반도체사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하고 추진한다. 제조 공정에서 수질·대기 등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저전력 신제품 개발 및 생산을 주도해 에너지를 절감할 계획이다. 협력사의 작업 환경, 안전, 직원들의 건강 문제 개선도 지원한다.

정량화된 지표도 마련했다. 지난해 10월부터 그룹 사회공헌위원회, 외부 전문가 및 교수 등과 함께 사회적 가치 측정 체계를 구축했다. 시범 측정 결과 지난해 1~3분기 SK하이닉스가 창출한 사회적 가치 금액은 5조1521억원으로 추산됐다. 같은 기간 거둔 재무적 성과인 당기순이익 7조4220억원의 약 69% 수준이다.

또 정량화 지표에는 기업, 환경, 사회가 만들어가는 산업 생태계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사회적 성과를 반영한다. 온실가스 감축량 등 환경 개선 정도와 협력사 금융·기술·교육 지원 등 동반성장 활동과 사회적 기업 생산 제품 구매 등이 평가 대상이다. 임직원이 자발적 참여를 통해 조성한 사회공헌 모금액, 국가 및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핵심 요소인 △법인세 △임금 △배당 등 사회 경제 주체에게 환원되는 금액도 포함된다. 전체 사회적 가치 중 법인세와 임금, 배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로 단연 높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내용의 측정 지표를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달 말 SK그룹 관계사 최고경영자(CEO)가 모이는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측정 결과를 공유한다.

이날 신설된 지속경영추진담당을 이끄는 박현 상무는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모두를 확대하는 것이 글로벌 기업 시민의 역할”이라며 “SK하이닉스가 속한 반도체산업 생태계는 물론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활동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사회적 가치’ 구상은 새해 SK하이닉스의 이 같은 활동을 기반으로 점차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평소 “기업이 돈만 벌어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사회적 가치를 키우는 것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낸다”며 경영 패러다임의 전환을 강조했다. 앞으로 사회적 가치가 상품 가치를 좌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지난 2일 신년사에서도 2018년 실천할 4대 중점과제 중 사회적 가치 창출 본격화를 첫 번째 과제로 꼽았다. 이어 각 관계사가 회사가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이에 기반해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을 당부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