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수출 호황 등으로 경기 회복세가 빨라지면서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만족도가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절대적 만족 수준은 여전히 낮아 경제적으로 불안하다고 느끼는 국민이 적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로는 ‘소득 감소’가 꼽혔다.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면서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비용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점쳐지면서 소비를 줄이려는 모습도 나타났다.
경제행복지수, 역대 최고치로 껑충 뛰었지만…
◆경제행복지수, 1년 새 6.7점↑

한국경제신문이 현대경제연구원과 지난달 4~16일 전국 성인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 경제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45.1점으로 2007년 조사 시작 이후 가장 높게 나왔다. 1년 전 같은 조사에선 38.4점에 그쳐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불황을 겪은 2011년(37.8점) 후 최저를 나타냈다. 경제행복지수는 응답자가 소득 물가 고용 등에서 느끼는 불안감을 설문으로 분석하고 수치화한 것이다.

경제행복지수가 상승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국내외 경제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소비 심리가 개선된 효과로 분석된다. 40대와 연소득 6000만~8000만원 그룹이 전년 조사에 비해 만족도가 많이 올라갔다. 절대적 만족도는 공무원(56.8점), 20대(53.1점), 미혼자(48.9점) 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다만 일자리·소득의 안정성을 의미하는 경제적 안정지수는 전년 조사(53.3점)보다 소폭 하락한 52.4점으로 조사됐다.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을 키우고 취약계층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소득 감소·비용 증가 불안”

경제적 행복의 가장 큰 장애물을 묻는 항목에 ‘소득 감소’라고 답한 응답자가 26.9%로 가장 많았다. 소득 감소 우려는 자영업자, 주부, 연소득 2000만원 미만 그룹에서 높게 나타났다. ‘치킨 공화국’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자영업이 포화상태에 이른 한국 고용시장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출혈 경쟁으로 폐업하는 곳이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 올해부터는 시간당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지난해보다 16% 넘게 올라 비용 부담도 커졌다.

그다음으로 자녀 양육(25.1%), 주택 문제(19.2%), 일자리 불안(16.8%), 가계 빚 부담(12.0%)도 경제적 행복의 장애물로 꼽혔다. 생애주기별로 20·30대는 주택 문제, 40대는 자녀 양육, 50대 이상은 소득 감소에 대한 걱정이 가장 많았다. 또 10명 중 6명꼴로 지난해 11월 말 단행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앞으로 본인(가구)의 소비가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금리 인상 따른 소비 감소 우려”

올해 경기는 ‘작년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21.5%)보다 ‘더 안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25.9%로 더 많았다. 올해 정부가 역점을 둬야 할 과제로는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 개혁’(37.6%) ‘부동산 시장 안정화’(25.4%) ‘재정지출 확대’(22.6%) ‘투자와 창업 촉진을 위한 규제 개혁’(14.3%) 순이었다.

전해영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적 행복감 개선세를 지속해나가려면 일자리와 소득 안정성을 개선해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안정감을 향상시켜야 한다”며 “생애주기별로 나타나는 주거·양육·노후생활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연령별 맞춤형 지원 정책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경기 회복 전망에 따라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이에 따른 소비 감소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