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이 1일 서울 방배동 넥센타이어 서울사무소에서 새해 파이팅을 다짐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이 1일 서울 방배동 넥센타이어 서울사무소에서 새해 파이팅을 다짐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넥센타이어가 오는 9월 유럽 전진기지인 체코 공장 가동을 시작한다. 또 10월부터 차례로 미국과 유럽 연구소를 신설 수준으로 확대 개편한다. 내년 1월에는 서울 마곡지구에 글로벌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중앙연구소를 연다. 1년여 안에 미래 성장을 이끌 주요 거점 네 곳을 새로 구축하는 것이다.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사진)은 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한마디로 승부수를 던지는 해”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언제나 미소를 담고 있는 그의 반달눈이 커졌다.

넥센타이어의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연구소와 독일 프랑크푸르트연구소의 근무 인원은 30여 명씩이다. 각각 100억원과 200억원을 투자해 시설을 확대·보강하고 직원도 100여 명으로 늘린다. 강 사장은 “최대 매출처인 미국과 유럽에서 현지 대응력을 높이고 글로벌 제조업계의 최신 기술을 제품에 적용하는 역량을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마곡 중앙연구소에는 경남 양산 본사 연구인력 500여 명 등이 옮겨올 예정이다. 지속적으로 고용을 늘려 1000여 명 규모로 키운다. 강 사장은 “면접을 계속 보고 있는데 위치가 좋아서인지 좋은 인력이 많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부터 폭스바겐 등 유럽 완성차업체에 공급하는 신차용 타이어(OE) 물량이 크게 늘어난다”며 “체코 공장은 한국과 중국에만 생산시설이 있던 넥센타이어가 글로벌 기업으로 본격 성장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 "4대 거점에 '글로벌 넥센' 미래 걸겠다"
체코 공장은 연산 360만 개 규모로 가동을 시작한 뒤 내년 말까지 1100만 개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 넥센타이어의 연간 생산능력은 4100만 개다. 체코 공장이 안정화되면 27% 늘어난 5200만 개로 국내 2위 금호타이어(5500만 개)를 바짝 뒤쫓는다.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은 “회사 출범 76주년을 맞는 올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회사 임직원이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넥센타이어의 전신은 우성타이어다. 1999년 흥아타이어(현 그룹 지주회사인 넥센)가 인수하면서 지금 이름으로 바꿨다. 매출은 1999년 1805억원에서 2016년 1조8947억원으로, 영업이익은 306억원에서 2480억원으로 뛰었다. 2016년 영업이익률은 13.1%로 글로벌 타이어업계 최상위 수준이다.

강 사장이 제시한 넥센타이어의 성장 원동력과 미래 비전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지속 성장의 비결은 무엇입니까.

“완성차업체에 공급하는 타이어(OE)와 소비자가 직접 사는 교체용 타이어(RE)가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OE는 완성차업체가 원하는 기술력을 갖추는 것이 핵심입니다. 수익률은 낮지만 그 자체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죠. RE는 OE보다 매출이나 이익이 많이 나지만 안전과 직결되는 제품인 만큼 소비자가 인정해주지 않으면 장사하기가 어렵습니다. ‘OE 납품 확대→브랜드 인지도 상승→RE 판매 증가→R&D 투자로 기술력 확보→OE 납품 확대’의 선순환 구조가 잡혀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넥센타이어의 제품 포트폴리오에는 어떤 변화가 있습니까.

“10년 전만 해도 타이어부문 매출의 5%를 밑돌던 OE 비중이 지난해에는 25%까지 올라갔습니다. 미쉐린 등 세계 최상위 브랜드들을 100으로 봤을 때 기술력을 95 이상으로 끌어올린 결과입니다. 까다롭기로 이름난 독일 포르쉐에도 2016년부터 공급을 시작했습니다. 포르쉐에 공급한다는 것은 거의 모든 완성차업체에 대응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는 뜻이죠.” (넥센타이어는 최근 5년간 매년 매출의 3%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금호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 3사 중 가장 높다.)

▷스포츠 마케팅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2010년부터 프로야구팀 히어로즈를 메인스폰서로서 후원하고 있습니다. 후원 당시에는 히어로즈의 재정이나 성적에 대해 일부 우려가 있었지만 타이어업계 후발주자로서 적극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위해선 감수해야 할 리스크라고 판단했죠. 박병호와 서건창 같이 무명 선수가 성장하는 스토리가 넥센타이어와 비슷한 점이 많았습니다. 유럽에서는 축구, 미국에선 야구로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특히 2015년부터 후원하고 있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는 계약 이후 최강팀으로 발돋움하면서 유럽 인지도 상승에 큰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맨체스터시티 구단주가 셰이크 만수르 아랍에미리트(UAE) 왕자라는 인연으로 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로부터 투자 유치까지 받았습니다. 든든한 파트너를 얻었습니다.”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 "4대 거점에 '글로벌 넥센' 미래 걸겠다"
▷협력적 노사관계도 성장에 도움이 되죠.

“지난해까지 26년 연속 무분규를 유지했습니다. 노사가 서로 고민거리를 다 털어놓는 게 답입니다. 그래야 신뢰가 쌓입니다. 제가 2001년 처음 입사했을 때는 노사관계가 팍팍했습니다. 그래도 자주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다 보니 차츰 나아졌습니다. 저를 포함한 경영진은 최대한 현장 근로자 처지에서 생각하려고 합니다. 또 노조에도 똑같이 경영진 시각에서 봐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면 접점이 나옵니다.”

▷노조가 생산성 향상에 선선히 동의합니까.

“2008년 가동을 시작한 중국 칭다오 공장 건설 계획을 처음 내놨을 때 노조 반대가 심했습니다. 그래서 다 열어놓고 설명했습니다. 일부 물량이 중국으로 넘어간다는 점도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내든 중국이든 넥센타이어의 전체 물량이 늘어나면 회사가 그만큼 튼실해진다’는 점을 내세워 설득했습니다. 결국 노조도 동의하더군요. 이번 체코 공장 증설에는 노조가 적극 찬성했습니다. 국내 숙련공들이 체코에 가서 공정을 가다듬고 있고 체코 현지 채용인들은 국내에 와서 생산시스템을 배우고 있습니다.”

▷한국 제조업에선 드문 관계입니다. 스킨십만으로는 되지 않았을 텐데요.

“넥센타이어는 2014년 선제적으로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당시 임금이 16% 올라 부담도 컸죠. 하지만 노조의 요구가 맞는 부분이 있다는 걸 받아들였습니다. 그때 통상임금을 해결하지 않고 소송으로 갔으면 지금처럼 최저임금과 법인세율이 오르고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더욱 경영하기 어려워졌을 것입니다.”

▷올해 최대 리스크를 꼽아 주십시오.

“원·달러 환율이 가장 걱정입니다. 최근 수년간 국내 생산비 상승 등으로 수출기업의 손익 구조가 달러당 1150원 안팎에 형성돼 있습니다. 환율이 달러당 1100원 아래로 유지되면 수출기업은 업종을 떠나 힘들어집니다. 1050원까지 깨지면 상당 수가 적자를 걱정해야 할 것입니다. 1000원 아래로 가면 대기업도 겨우 손익분기점을 맞출 뿐 투자 여력이 없어져 성장동력을 잃기 십상입니다.”

▷요즘 정책의 급격한 변화 등으로 경영 환경 악화를 걱정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기업인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이 조금 더 우호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체코 정부는 넥센타이어 공장을 유치하려고 66만㎡(약 20만 평) 부지를 공짜로 내줬습니다. 법인세·소득세 감면은 물론이고 고용이 늘어나면 현금을 지원해줍니다. 적극적으로 친기업 정책을 펴고 있죠. 한국 정부가 대기업의 법인세율을 올려서 복지에 쓰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최저임금 인상도 시대의 흐름이라는 데 동의합니다. 그러나 급격한 변화보다는 상황에 따른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투자라는 게 1년 미루고 그 다음해에 따라잡으려면 같은 액수로는 안 됩니다. 많게는 몇 배를 더 투자해야 하죠. 올라가는 인건비 등을 감당하려면 브랜드 가치를 올려서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을 올려받아야 합니다. 투자가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길인데, 지금처럼 기업 경영 환경이 빠르게 바뀌면 대응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기업인으로서 한국의 경쟁력을 평가한다면.

“중국은 거대한 시장을 바탕으로 한 자본력에 이제 기술력까지 한국을 뛰어넘으려 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한국의 세 배인 1억2000만 명의 인구에 수십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기초기술이 있죠. 한국은 내수시장이 작아서 수출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1970~1980년대 산업 부흥기처럼 ‘현재 없는 기술’을 확보해야 합니다. 투자하고 연구해서 어떤 부분에 투자를 집중할 것인지 국가 차원에서 로드맵을 구축해야 합니다.”

▷힘든 제조업을 하는 보람은 어디서 찾습니까.

“제조업은 하나의 도시와도 같습니다. 기획부터 개발, 생산, 판매까지 기업의 다양한 부문에서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외국 바이어들이 공장에 와서 감탄할 때는 단지 생산설비가 아니라 넥센타이어라는 기업을 인정해주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만큼 보람도 크죠.

■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은
특유의 친화력… '스마일맨' 별명
기업성장 주도… 2016년 대표 맡아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 "4대 거점에 '글로벌 넥센' 미래 걸겠다"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은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 아들이다. 1999년 대학 졸업 후 증권사에서 일하다가 2001년 넥센타이어에 입사했다. 입사 직후부터 공장에서 현장 일을 배우며 근로자들과 끈끈한 관계를 쌓았다. 입사 초기에는 오너 2세인 그에 대한 노동조합의 견제가 상당했으나 특유의 뚝심과 먼저 웃으면서 다가서는 친화력으로 극복했다는 후문이다. 노조에서는 ‘스마일맨’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줬다. 2009년부터 사장으로 넥센타이어의 국내외 영업을 총괄하고 있다. 2016년에는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넥센그룹 지주회사인 넥센의 전신은 1942년 부산에 설립된 흥아고무공업사다. 강병중 회장은 1967년 운수업체 옥정산업을 창업하면서 기업가의 길로 들어섰고, 1973년 흥아고무의 재생타이어사업부를 인수해 흥아타이어를 출범시켰다. 흥아타이어는 타이어 내부 핵심 부품인 튜브 등을 생산하는 고무제품 업체로 변신했고, 2002년 넥센으로 사명을 바꿨다.

넥센타이어도 흥아고무에서 시작했다. 1956년에는 국내 최초로 자동차 타이어를 개발하기도 했다. 1973년 원풍산업으로 넘어갔다가 1979년에는 국제그룹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1986년 다시 우성그룹에 인수되면서 미쉐린의 투자를 유치해 미쉐린코리아타이어로 탈바꿈했다. 미쉐린과의 합작 관계는 1991년 끝났고 1994년 우성타이어로 이름을 바꿨다.

1999년 흥아타이어가 우성타이어를 사들였고, 우성타이어의 저가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넥스트 제너레이션(다음 세대)’을 줄인 넥센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주사인 넥센과 주력 계열사 넥센타이어의 뿌리가 모두 1942년 설립된 흥아고무여서 넥센그룹은 올해를 76주년으로 보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넥센그룹 인수 이후 한 해도 빼지 않고 전년 대비 매출 성장세를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달성한 것으로 증권업계에선 보고 있다.

△1971년 부산 출생
△부산고,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1999년 대유리젠트증권 입사
△2001년 넥센타이어 입사
△2009년 넥센타이어 사장
△2016년 넥센타이어 대표이사 사장


이심기/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