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서울 염곡동 KOTRA 본사에서 열린 ‘무역 2조달러 시대를 향한 유망시장 진출 지상좌담회’에서 지상목 에스와이패널 부사장, 공영학 동성진흥 사장, 김선화 KOTRA 통상지원실장, 김응기 BTN 대표, 권오국 CJ제일제당 부장이 신시장 진출의 어려움과 기회 요인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지난해 말 서울 염곡동 KOTRA 본사에서 열린 ‘무역 2조달러 시대를 향한 유망시장 진출 지상좌담회’에서 지상목 에스와이패널 부사장, 공영학 동성진흥 사장, 김선화 KOTRA 통상지원실장, 김응기 BTN 대표, 권오국 CJ제일제당 부장이 신시장 진출의 어려움과 기회 요인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2015년부터 인도네시아에서 패널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에스와이패널 해외영업본부는 최근 생각지도 못한 무역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한국에서 철강재를 들여올 때 매번 자국 검사기관 검사를 받도록 의무화해서다.

부산항에 파견 나온 인도네시아 검사원이 사소한 하자를 이유로 선적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검사원 사정에 따라 검사가 무기한 연기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지상목 에스와이패널 부사장은 “패널 생산에 필요한 철강재를 확보하지 못해 납기가 지연된 적도 있다”며 “결국 원재료까지 현지에서 생산하라는 압박 아니겠느냐”고 토로했다.

한국이 무역 규모 2조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지역과 인도, 중남미 등 제3국으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들 지역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날로 높이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OTRA는 지난해 말 김선화 통상지원실장 주재로 ‘무역 2조달러 시대를 향한 유망시장 진출 지상좌담회’를 열고 유망 시장 진출을 위한 국가별 애로사항과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앞서 에스와이패널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인도네시아는 수입제품 인증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추세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는 ‘메이드 인 인디아(made in India)’ 캠페인을 벌이며 수입 관세를 높여나가고 있다. 2016년 기준 인도의 반덤핑관세 부과 건수는 327건으로 세계 1위다.

이에 따라 KOTRA 해외 진출기업과 무역관은 전략적 해외 진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단순히 값싼 인건비와 현지 시장 공략만을 목표로 해외에 진출하는 시기는 지났다는 것이다.

김병삼 자카르타 무역관장은 “젊은 층 비율이 높고 한류에 관심이 많은 인도네시아는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의외로 외국 기업 규제가 많다”며 “현지 생산법인 설치 등 중장기적인 시장 진출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한수 서남아지역본부장은 “인도 시장으로 글로벌 기업이 몰려드는 만큼 이들의 글로벌 밸류체인(GVC)에 편입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도 생산 공장을 제3국으로의 수출 기지로 구축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윤주영 호찌민 무역관장은 “유럽연합(EU)과 베트남 간 FTA가 올해 발효되는 것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산 직물이 베트남에서 의류로 가공되면 베트남 원산지로 간주되는 만큼 베트남을 생산 기지로 유럽 시장 진출 길이 열리게 된다는 것이다.

KOTRA는 국내 기업의 FTA 활용을 장려하기 위해 하노이, 자카르타 등에 FTA 활용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김선화 실장은 “단순히 인건비와 현지 시장 상황뿐만 아니라 FTA, 관세, 제3국 진출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 최적화된 생산 기지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