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지난달 초 회동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SK그룹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 회장이 임 비서실장과 만나기 전에 칼둔 칼리파 알무바라크 아랍에미리트(UAE) 행정청장과 만났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부담이다. SK가 UAE사업의 애로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대통령 비서실장을 독대한 것으로 비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칼둔 행정청장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UAE 아부다비의 2030장기플랜 설명을 듣고 정유·가스 개발사업과 관련해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UAE가 SK에 10년 이상 장기 프로젝트의 지분 참여를 제안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칼둔 행정청장은 임 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10일 UAE 특사로 방문했을 때 무함마드 빈자이드 알나하얀 왕세제와의 만남 자리에 동석한 인물이다. UAE 원자력공사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다. SK그룹은 최 회장과 칼둔 행정청장의 만남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남 여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발표하면 임 비서실장의 UAE 방문이 SK사업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SK그룹이 중동에서 건설, 에너지, 유통, 해운 등 다방면에 걸쳐 사업하고 있는 만큼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것이라는 추측 때문이다. 최 회장은 2016년 말 UAE를 찾아 현지 국부펀드 MDP와 석유회사 MP의 최고경영자 등과 면담하고 기존 석유산업을 뛰어넘는 새로운 협력모델을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2005년 쿠웨이트국영석유회사(KOC)와 12억달러 규모의 건설공사를 수주한 이후 중동 왕족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불거진 한국과 UAE 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 회장이 ‘중재자’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는 이유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과 임 비서실장의 회동은 재계 전반의 애로사항을 이야기한 자리였지 UAE 관련 현안이나 SK 사업과 관련된 대화를 나눈 자리는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며 “UAE에서 정부의 도움을 요청할 만한 사업도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