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KB, 결국 '낙하산 인사' 단행
KB금융그룹이 문재인 대통령 캠프 출신 인사를 부회장으로 영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KB금융이 2014년 벌어진 이른바 ‘KB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그간 ‘외풍과의 전쟁’을 벌였으나 이를 3년 만에 스스로 뒤집었기 때문이다.

논란의 인물은 김정민 KB부동산신탁 부회장. 김 부회장은 2008년 1월부터 2년간 KB부동산신탁 사장을 지냈다. KB부동산신탁은 “김 부회장이 부동산신탁 및 리츠에 대한 오랜 경험과 탁견,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부동산산업 및 정책 방향 등에 대한 자문업무와 신상품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KB금융은 다른 계열사의 경영진 인사를 지난 12월21일과 27일에 완료했다. 유독 김 부회장 인사만 지난 금요일(29일) 저녁 뒤늦게 발표했다.

금융계에선 KB금융이 정권에 줄을 대거나 눈치를 봐서 이번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김 부회장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후배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일했으며 부산·경남 출신 정·관계 인사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 9월 KB금융 차기 회장 후보 선정 때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김 부회장의 내정 사실이 알려진 지난 21일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는 “회장도 없는 계열사에 부회장직을 신설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했다”며 “(김 부회장은) KB 내 대표적인 정치적 인물로 알려져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계는 이번 인사가 금융당국 수장들이 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윤종규 KB금융 회장을 흔들자 조직 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쓴 카드라는 얘기다.

이현일 금융부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