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가 보유한 현금이 지난해 10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데다 안전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진 데 따른 현상이란 분석이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가계(비영리단체 포함)가 보유한 금융자산은 3577조55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현금은 78조2559억원이었다. 가계가 보유한 현금은 2016년 말(68조2614억원)보다 9조9945억원 증가했다.

최근 가계가 보유한 현금은 빠르게 늘고 있다. 2016년 1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가계의 보유현금 증가율(전기 대비)이 금융자산 증가율을 밑돈 적은 지난해 2분기뿐이다. 3분기에는 현금 증가율이 9.1%로 금융자산 증가율(1.3%)의 7배에 달했다. 특히 3분기 가계의 보유 현금은 전 분기보다 6조5536억원 늘어 분기 기준으로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에 따라 가계 금융자산 중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8년 4분기 1.1%에서 지난해 3분기에 2.2%까지 확대됐다. 가계가 현금을 쌓아 두는 건 고령화와 위험 기피 현상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 가상화폐 등 위험자산 투자가 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 현상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