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세계 가전시장 연평균 7.2% 성장 전망
냉장고 세탁기 등으로 구성되는 백색가전사업은 저성장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국내 대표 가전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부문 매출 역시 상당 기간 정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레드오션으로 불리던 가전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다양한 편의 기능이 더해진 프리미엄가전,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활용되는 스마트가전 등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글로벌 생활가전시장 규모도 지난해 3134억달러에서 2021년에는 4429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7.2%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중이 높은 한국의 가전제품 시장 규모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3.5%의 저성장을 기록한 데 비해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1.8% 성장률을 보였다. 올해도 9.0%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1월부터 10월까지 누계 기준으로는 10.3% 규모가 커졌다.

뉴라이프 가전에 주목

국내 가전업체들의 변화는 프리미엄제품 및 뉴라이프 가전 판매량 증가와 함께 나타나고 있다. 내년 가전산업에서도 새롭게 나타날 흐름이 뉴라이프 가전의 성장이다. 소득 수준 향상과 소비자의 가치관 변화, 일상생활에 대한 투자 증가 등 새로운 가치 소비가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가전제품이 대부분 가정에 보급된 성숙기 시장에서는 기존 제품의 특정 기능을 강화하거나 용량을 차별화하는 프리미엄 제품과 더불어 기술과 아이디어를 접목해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도와주는 세컨드 가전 수요가 생긴다.

올해 소비자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의류건조기와 공기청정기, 빌트인 가전 등은 새롭게 등장한 제품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제품군이다. 기존에 있던 개념에 기술력과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아이디어가 더해졌다.

뉴라이프 가전은 이런 종류의 제품을 말한다. 소비자의 소득 수준 향상과 높은 삶의 질 요구, 일과 여가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세대의 욕구를 충족하는 이른바 ‘가치소비’를 반영하는 하나의 트렌드 제품이다. 뉴라이프 가전은 대형 가전과는 다른 카테고리로, 기존 가전과 가사노동을 보조하고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보급 초기 단계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으로 대표되는 대형 가전은 가구당 보급률이 80% 이상인 필수 가전에 해당한다. 가전업체 매출에서 90% 수준의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3년 마지막 국내 가전기기 보급률 조사에서 냉장고는 104%, 세탁기 98%, 에어컨은 78%였으며, 이후 에어컨 보급률은 85%까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많은 소비자는 에어컨을 3대 가전제품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2006년 에어컨 보급률은 48%에 불과했다. 2002년 월드컵 개최 당시는 38%였다. 소득 수준 향상에 따른 생활 수준 상승이 집안 환경과 가전제품 보급률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가전제품 소비에서 소득 수준과 생활 수준은 상당히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새로운 가전제품의 소비 증가는 가전산업의 변화 속에서 가전업체 실적도 크게 성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국내업체에 우호적인 시장환경

뉴라이프 가전의 특징은 혁신적인 기술 도입이 아니다. 성장 정체기를 맞은 가전업체들이 철저한 시장 분석과 새로운 아이디어, 소비자 니즈를 파악해 소비 시장을 개척한 결과물이다.

뉴라이프 가전의 성장은 이제 시작이다. 생활 환경의 변화와 소비자의 니즈에 따라 새로운 품목이 계속 생겨날 것이다.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으로 대표되는 가전제품 시장도 중요하지만, 보급률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신개념 히트 상품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적 노하우와 철저한 시장 분석 능력을 보유한 업체에 더 주목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더불어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이 지속됨에 따라 소비 양극화가 두드러지면서 극단적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추구하는 수요와 고가 프리미엄 제품군 수요가 역설적으로 늘어나는 경향이 심화된다. 이 같은 양극화 트렌드는 프리미엄 브랜드 업체들에는 우호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경탁 < 유진투자증권 선임연구원 kyoungkt@eugenef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