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27일 오전 10시34분

해체된 STX그룹 지주사였던 (주)STX가 중국 사모펀드(PEF) 운용회사 에이에프씨(AFC)에 팔린다. 중국 자본이 국내 무역상사를 인수하는 첫 사례다. 중국 자본의 한국 기업사냥이 정보기술(IT) 엔터테인먼트 유통 등을 넘어 전방위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마켓인사이트] (주)STX, 중국 사모펀드에 팔린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우리·농협·신한은행 등 채권단은 AFC코리아를 (주)STX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AFC코리아는 700억원을 웃도는 인수가를 적어 하림그룹 글로벌세아 등 국내 경쟁자들을 따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측 관계자는 “AFC가 가격을 포함한 여러 인수 조건에서 다른 후보를 앞섰다”고 말했다. 매각 대상은 채권단이 들고 있는 (주)STX 지분 86.3%다.

AFC는 중국 정부가 출자해 설립한 PEF 운용사다. 중국의 주요 화주를 비롯해 대만 최대 컨테이너 해운업체 에버그린마린 등과 손잡고 여러 선박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산업은행으로부터 펀드 자금을 출자받기도 했다. 한국 영업을 위한 거점인 AFC코리아를 통해 (주)STX 인수전에 참여했다. (주)STX는 원자재 수출입과 해운·물류, 에너지사업 등을 하는 전문 무역상사다. 자회사 STX마린서비스를 통해 선원과 선박을 관리하고 선박용선을 중개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AFC는 (주)STX를 인수하기 위해 프로젝트 펀드(단일 목적 투자를 위해 조성한 펀드)를 설립했다. 이 펀드에는 중국의 스마트폰 및 전자제품 제조업체 TCL과 리조트사업을 하는 국내 기업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들 투자자와 AFC가 운영하는 선박펀드 출자자와의 시너지 효과를 노려 (주)STX에 대한 공격적인 베팅에 나섰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특히 STX마린서비스의 종합 선박관리 분야 경쟁력에 눈독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STX 인수전은 국내 기업과 중국계 자본 간 대결 구도로 이뤄졌다. 하림그룹 계열 팬오션과 의류업체 글로벌세아도 6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써내 AFC코리아와 막판까지 각축을 벌였다. 이 중 하림그룹은 과거 STX그룹 산하 계열사 팬오션을 앞세워 강력한 인수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주)STX는 지난 3월 삼라마이더스(SM)그룹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가 불발된 뒤 6개월여 만에 새주인을 맞게 됐다. 채권단 등 매각 측은 당시 SM그룹이 인수가로 제시한 286억원의 2.5배에 가까운 돈을 쥐게 됐다. (주)STX가 보유한 비협약 채권 중 만기가 도래한 채권이 680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AFC코리아의 실질 인수가는 14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STX는 쌍용중공업의 후신으로 STX그룹 지주사 역할을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룹이 몰락하면서 2014년 1월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갔다. 지난해 매출 1조7202억원에 영업손실 342억원을 기록했다. STX마린서비스와 STX리조트 등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지훈/이동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