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구멍가게도 '에쎄'… 동토 녹인 KT&G
초슬림·저타르로 차별화
터지는 캡슐로 '버튼담배' 애칭
작년보다 31% 판매 증가
내년 러시아 주변국 무관세 수출
KT&G는 정공법 대신 틈새시장 공략을 택했다. 고(高)타르 제품 위주인 러시아에서 ‘저(低)타르’와 ‘초슬림’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승부했다. 새로운 담배시장을 개척하고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한 결과 KT&G는 올해 정체된 러시아 담배시장에서 30% 가까이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를 비롯해 중동,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에서의 판매 호조로 올해 수출은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KT&G는 올해 3분기 누적 러시아 시장 담배 판매량이 25억8000만 개비로 집계됐다고 26일 밝혔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31% 늘었다. 올해 전체로도 29%가량 늘어난 약 36억 개비로 추정된다. 러시아 매출을 이끄는 효자 상품은 2014년 출시된 에쎄 체인지다. 슬림형 담배 에쎄에 캡슐을 추가해 이를 터뜨리면 새로운 맛을 내는 제품이다. 3년 전 출시한 이 제품은 작년에만 6억7000만 개비가 팔렸다. 전년보다 네 배 늘었다. 깨물면 ‘탁’ 터지는 캡슐 때문에 소비자 사이에서 ‘버튼 담배’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러시아 진출 후 수년간 고전하던 KT&G는 2002년 에쎄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나타냈다. 슬림형 담배는 2000년대 초만 해도 러시아에선 찾아볼 수 없던 제품이다. 하지만 이제는 모스크바 거리에서 에쎄를 입에 문 흡연자를 쉽게 볼 수 있다. 모스크바 담배 판매점의 89%가 에쎄를 취급한다.
KT&G는 러시아에서 총 12종의 에쎄 담배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에쎄 인기가 높아지면서 2010년 러시아 칼루가주에 1억달러를 투자해 현지 공장도 세웠다. 김영훈 KT&G 러시아법인장은 “저타르 초슬림 캡슐제품 등 소비자가 새로운 것에 관심을 두는 걸 파악해 발빠르게 제품을 내놓은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러시아 주변국으로의 무관세 수출이 가능해지면서 러시아 현지에서의 수출도 본격화할 것으로 KT&G는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가 주변 국가들과 맺은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협정에 따라 내년부터 러시아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무관세로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등 주변국에 수출할 수 있다. 수출 첫해인 내년에만 러시아 법인에서 약 10억 개비를 수출할 수 있을 것이란 게 KT&G의 설명이다.
KT&G 해외 판매는 2002년 민영화를 기점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487억 개비를 판매해 9414억원의 해외매출을 냈다. 올해 수출은 1조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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