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스포츠의 인기는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외국에선 유례를 찾기 어렵다. 스크린 골프는 물론 야구 낚시 레이싱 등도 모두 세계 최초다. 비교적 역사가 오래된 스크린골프업체들은 일찌감치 해외 진출을 시도했지만 현지 교민 외엔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한국이 세계에서 유일한 스크린 스포츠 성지가 된 데 대해 업계에서는 한국인만의 독특한 문화를 꼽는다. 소위 ‘방안 문화’와 ‘끼리끼리 문화’다. 김기태 카카오VX 마케팅실장은 “한국을 비롯한 동양에서는 룸을 잡고 아는 사람들과 노는 것을 선호한다”며 “젊은이들이 클럽을 가서도 무대에서 춤을 추며 모르는 사람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서구 문화와는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손장순 골프존 GP사업부장은 “미국인은 혼자 골프클럽에 가입해 모르는 사람과 어울려 골프를 치는 사람이 많다”며 “이들은 스포츠 자체를 즐기려는 경향이 강하지만 한국인은 스포츠를 아는 사람과 친분을 두텁게 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스크린 스포츠 열기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한국과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는 중국 일본이 그나마 스크린 스포츠 시장에서 잠재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시진핑 정부가 반(反)부패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골프 문화가 위축돼 있다. 또 골프와 야구가 한국만큼 대중화돼 있지도 않다. 일본은 가라오케(노래방)가 발달해 있는 등 한국과 놀이 문화가 가장 비슷하다. 그러나 도심 건물 임차료가 비싸고 골프장 등 체육시설 이용료가 한국보다 훨씬 저렴한 게 스크린 스포츠 보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