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주 "나같아도 알바로 생계 유지"…직원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최저임금 인상] ② 현장의 명암… 업주 "타격" vs 알바 "기쁘긴 한데…"
내년 1월 1일 최저임금 인상을 눈앞에 두고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할 소규모 자영업 현장에서는 업주와 직원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최저임금이 현행 6천470원에서 16.4% 오른 7천530원이 되면 시급으로는 1천60원, 하루 수당(8시간 기준) 8천480원, 한 달 22일 근무 가정 시 월급 18만6천560원의 변화가 생긴다.

자영업자와 아르바이트 근무자들은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현실로 닥쳐온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 업주들 "지금도 직원보다 적게 번다…내가 아르바이트 하고파"
강원도 원주의 강릉원주대 원주캠퍼스 앞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신동재(29)씨는 "지금도 아르바이트 직원 인건비보다 내 손에 남는 게 적은데, 최저임금이 오르면 타격을 입는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20일 말했다.

신씨는 평일 하루 5시간씩 일하는 아르바이트 직원 3명을 뒀다.

주말에는 가족들이 돌아가며 가게를 지킨다.

그는 "점주가 근무를 서지 않으면 편의점은 적자"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신씨가 하루에 아르바이트를 쓰는 시간은 총 15시간이다.

주중 근무일을 한 달 22일로 잡으면 인건비 부담은 34만9천800원 늘어난다.

신씨는 최저임금이 오르는 내년에는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결국 편의점을 접겠다고 말했다.

아직 편의점 폐업 이후의 대책은 마땅히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편의점을 그만두고 다른 가게를 관리해주면 더 많이 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봤다"고 말했다.

자신이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가 돼 일하는 게 차라리 낫겠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되면 나 같은 자영업자는 물론이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장인들도 회사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려 하지 않을까 싶다.

정부가 그런 부분도 예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40)씨 사정도 비슷했다.

김씨는 "내년부터 최저 시급이 오르고 주휴수당을 주게 되면 부담이 되니 아르바이트생의 근무시간을 조절하려고 한다"며 "사람을 당장 뺄 수는 없으니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리는 내가 하고, 홀에서 서빙하는 아르바이트생이 2명인데 마음 같아서는 피크 시간대인 오전 11시30분∼오후 1시에만 쓰고 싶다"며 "하지만 그 친구들도 돈을 벌고 싶어 하니 올해 5시간씩 근무하던 것을 4시간으로 줄이려고 한다"고 계획을 말했다.

그렇게 되면 아르바이트 직원의 월급은 지금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고 한다.

음식 가격을 올리자니 손님 발길이 끊길까 봐 걱정되는 업주 처지에서 꺼낸 나름의 절충안이라고 했다.

김씨는 "예전엔 손님이 없어서 문을 30분 일찍 닫을 경우 직원이 1시간 다 근무한 것으로 인정해줬는데 이제는 10분 단위로 쪼개서 계산하겠다는 업주도 있다"고 웃으며 "서로에게 엄격해지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최저임금 인상] ② 현장의 명암… 업주 "타격" vs 알바 "기쁘긴 한데…"
◇ 알바들 "기쁘긴 한데 내년엔 제대로 받으려나"
전북 전주의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일한 김현탁(26)씨는 "알바로서 최저임금이 오르면 일단, 당연히, 아주 좋다"고 말했다.

김씨는 "시간당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올라가니까 좋은 것 아니냐"며 "낮에는 학교 가거나 다른 활동을 하고 저녁에 알바를 간다고 해도 시급이 오르면 1시간 덜 일 해도 살 만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패스트푸드점 같은 경우엔 손님들이 갑자기 줄어들지 않는 이상 직원을 줄이기는 어렵다"며 "업무량이 조금 늘어나더라도 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긍정적 생각이 더 크다"고 기대했다.

김씨는 최근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인 주문 기기'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그런 기계가 과연 최저임금 인상 때문인가 싶다"며 "사람 일을 대체하는 기계가 있으면 오히려 좋은 것이지,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을 일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사람이 해야 한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박모(20)씨는 "사실 올해도 최저임금을 못 받아서 별 기대는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내년엔 더 오르는 최저임금을 과연 (업주가) 줄까 싶다"며 "아직 주인아저씨가 내년 월급 이야기를 안 하고 있어서 조금은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최저임금이 오르는 걸 보니 일하는 사람들한테 힘이 실리는 분위기인 것 같다"며 "나도 노동청 신고 등으로 제대로 된 임금을 받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가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해온 입장에서 이번 인상을 환영하지만, 최저임금은 더 올라야 한다"며 "자영업자들도 임금 인상을 이유로 알바 노동자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릴 것이 아니라 건물주와 대기업 본사 등에 정당한 요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② 현장의 명암… 업주 "타격" vs 알바 "기쁘긴 한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