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TV 전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과거 10년간 전 세계 TV시장에서 존재감을 잃었던 ‘가전왕국’ 일본이 소니를 중심으로 ‘타도 한국’에 나서고 있다.

불 붙은 한·중·일 'TV 삼국지'
19일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올해 소니의 TV를 포함한 홈엔터테인먼트&사운드 분야 매출은 1조2000억엔으로 지난해보다 15.5% 증가할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760억엔으로 28.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소니 부활의 일등공신은 TV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소니는 올해 2분기 글로벌 프리미엄 TV(판매가격 1500달러 이상) 시장에서 36.1%의 점유율을 기록해 1위에 올랐다.

전체 TV시장에서는 여전히 삼성이 26.9%로 소니를 배 이상 압도하고 있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선 삼성을 제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니의 글로벌 TV 판매 대수는 2010년 2240만 대에서 최근 1200만 대 정도로 감소했지만 ‘4K(초고화질) TV’ 등 고급 제품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5% 수준으로 높아졌다.

파나소닉도 공세로 전환하고 있다. 2020년까지 아시아 주요 생산시설의 TV 생산능력을 연 300만 대로 지난해보다 50% 늘린다는 계획이다.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에도 약 10억엔을 투자해 생산 라인을 확충하기로 했다. 파나소닉 역시 고부가가치 TV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지난해 600만 대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2015년 8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면서 자신감이 붙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소니와 파나소닉 두 회사 모두 LG디스플레이에서 패널을 공급받지만 색감과 음질, 제품 디자인 등에서 차별화를 이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도 일본 업체의 ‘프리미엄 시프트’ 전략이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업체들도 프리미엄 TV로 타깃을 옮기고 있다. 하이센스는 지난달 도시바 TV사업 자회사를 인수해 중저가 위주의 라인업을 프리미엄 제품까지 확대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업체인 BOE가 최근 차세대 고화질 TV 패널인 8K 디스플레이의 대량 생산을 목표로 기술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점도 잠재적인 위협 요인”이라고 말했다.

도쿄=김동욱/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