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청춘, 이쓸 때 잘해"…유통업계, 불어닥친 'B급 감성' 코드
"이빨청춘, 이쓸 때 잘해", "넌 내게 목욕감을 줬어", "맛있게 즐기고 싶을 땐, 어서옥션".

최근 유통업계에서 'B급 감성'을 활용한 광고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B급 감성'은 이른바 정형화된 형식에서 벗어나 '어이없지만 재미있는 콘텐츠'를 칭하는 뜻으로 과거에는 비주류 장르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이같은 광고가 호응을 얻으며 큰 홍보 효과를 누리자 업계에서는 너도나도 'B급 감성'을 노린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18일 국내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애경산업은 배달의 민족와 함께 '이빨청춘'(치약), '이쓸 때 잘해'(칫솔) 등의 문구를 붙인 휴대용 양치 세트를 출시했다.

'이팔청춘', '있을 때 잘해' 등 기존에 알려진 단어와 문구를 변형해 언어 유희적 표현을 십분 활용했다.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을 타겟으로 삼았다. 식상할 수 있는 치약·칫솔 세트에 재미를 더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올해 애경산업이 배달의 민족과 손잡고 내놓은 선물세트도 눈에 띈다. 애경이 2017 추석 선물세트로 개발한 구성품에는 '넌 내게 목욕감을 줬어(샴푸)', '다 때가 있다(때수건)', '이거 다 거품이야(비누)' 등의 언어유희를 적용했다. 제품의 기능을 가볍게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국내 쇼핑몰 옥션 역시 지난 4~5월 신선식품 홍보를 위해 '맛있게 즐기고 싶을 땐, 어서옥션'이란 광고 시리즈를 제작했다. 1탄 토마토를 시작으로 참외, 체리, 매실, 수박 등 각 신선식품의 특성을 담은 광고는 페이스북 등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약 보름 내외의 짧은 홍보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체리의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770% 폭증했다. 돼지고기 및 망고는 384%, 798%를 기록했으며 토마토 역시 266% 늘었다.

CJ오쇼핑이 지난 6월 내놓은 1분 동영상(토즈 스터디룸 이용권)은 기존 완벽한 세팅이 돋보이는 홈쇼핑 영상에 비해 조명, 자막 등의 요소를 덜 돋보이게 해 'B급 느낌'을 강조했다.

영상에 사용된 문구 역시 '연애는 80점! 공부는 몇점???', '최적화된 분위기에서…원하는 대학으로!' 등 내용을 담아 가벼운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해당 영상 공개 후 하루 만에 주문 액수만 1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B급 감성'을 활용한 광고는 보통 발음이 비슷한 단어를 나열해 언어유희 효과를 노리거나 어이없는 웃음을 자아내는 '병맛'(질이 다소 떨어진다는 뜻의 신조어) 개그가 대표적으로 사용된다. 짧은 기간에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어 브랜드 인지도뿐 아니라 매출 증대 효과까지 나오면서 최근 크게 주목받고 있다.

''B급' 광고들이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주로 SNS를 통해 퍼져 접근이 쉬운 데다 재미를 주는 오락적 요소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하루에도 수 많은 제품과 브랜드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짧은 기간이라도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는 광고가 홍보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특히 젋은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딱딱한 내용보다는 재미와 개성을 추구하는 데 초점을 맞춘 'B급 광고'들이 많다. 작은 물건이라도 이같은 개성을 강조하는 게 효과를 보는는 셈이다.

임정환 옥션 마케팅실 실장은 "제철 신선식품 릴레이 프로모션과 함께 병행한 페이스북 동영상 광고로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올해 4월 제작한 망고편은 10일만에 2만여개의 판매고를 올렸고, 체리편의 경우 '옥션 베스트' 코너를 장악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B급 감성'을 노린 광고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애경 관계자는 "아무리 뛰어난 품질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알릴 수 없다"며 "첫인상에 영향을 미치는 제품 디자인뿐 아니라 제품명도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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