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향기] 쓰다 남은 가죽·천의 '아름다운 부활'… 쁘띠 아쉬 컬렉션의 예술 이야기
에르메스 도산파크점에서 17일까지 전시한 ‘쁘띠 아쉬(petit h)’ 컬렉션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예술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제품들이다. 에르메스의 6대손인 파스칼 뮈사르가 2010년 시작한 쁘띠 아쉬는 제품을 만들고 남은 가죽, 천 등을 활용해서 제작한 예술작품이다. 그 자체가 희소성이 있는 데다 한정판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에 한국에서 전시한 쁘띠 아쉬 제품도 프랑스 외곽인 팡당 아틀리에(공방)에서 장인들이 손으로 만들었다. 특히 국내 미디어 아티스트인 정연두 작가가 계절의 변화와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전시장을 정원처럼 꾸몄다. 정 작가는 2004년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을 받은 작가 중 한 명이다.

매장 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곳엔 호랑이 조형물을 전시했다. 호랑이 무늬를 표현하기 위해 송아지와 수송아지 가죽 조각 189개를 사용했다. 일일이 이어붙이고 그 안을 폴리우레탄 폼으로 채우는 데 총 222시간이 걸렸다. 정교하게 제작한 이 작품은 1억4982만원으로 책정됐는데 익명의 소비자가 구입했다. 집안에 설치하는 이동식 옷방, 송아지가죽과 악어가죽, 실크와 금속 등을 활용한 팔레트 데스크, 거울 위에 가죽을 덧댄 제품 등 독특한 작품으로 구성됐다. 특히 ‘한국’ ‘서울’ 등의 한글을 새긴 가방 장식품(백참)과 닭, 창경궁, 용, 높은 음자리표 백참 등은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제품이었다. 에르메스의 쁘띠 아쉬는 브랜드의 예술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제품군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