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기승… 한방병원서 무슨 일이
부산광역시에 있는 한 한방병원 행정원장과 한의사가 최근 의료법 및 보험사기특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환자 91명을 입원시키고 진료차트와 영수증을 조작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민간 보험사에서 60억원가량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처럼 한방병원에서 벌어지는 보험사기가 급증하면서 보험사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한방병원 보험사기로 적발된 건수는 삼성, 한화, 교보 등 3대 생보사의 경우에만 지난해 17건에서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41건으로 증가했다.

생보협회는 한방병원이 저지르는 보험사기 유형을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우선 병원 설립 때부터 보험사기를 ‘기획’하는 경우다. 주로 비의료인이 한의사를 고용해 일명 ‘사무장병원’을 차린 뒤 허위 환자를 브로커를 통해 모집했다. 이들은 한방병원의 경우 자기공명영상장치(MRI)나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 엑스레이(X-Ray) 등 고가의 의료장비 없이도 개업이 가능하다는 점을 노렸다. 이렇게 설립된 한방병원은 주로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사람 중에서 허위 환자를 모집한 뒤 환자들과 짜고 가짜 진단서와 영수증을 만들어 건보공단과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보험사기를 저지른 사례도 있었다. 보험 적용이 안 되는 한약재를 판매한 뒤 보험 처리가 되는 치료를 받은 것으로 차트를 조작하는 게 대표적이다.

환자가 한방병원의 허점을 노려 타낸 보험금으로 빚을 갚은 경우도 있었다. 지난달 10일 경찰은 대부업자에게 병원을 소개받아 입원하고 보험금을 타낸 가짜 환자 53명을 검거해 이 중 6명을 구속했다. 1인당 보험사에서 타낸 보험금은 최소 4000만원에서 최대 4억2000만원가량이었다.

보험업계에서는 한방병원의 개업 인허가가 용이한 것이 보험사기 증가 요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현행 의료법상 허가 취소를 당한 한방병원은 6개월이 지나면 다시 허가받을 수 있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1년 이내에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는 이들에 대해선 병원 인허가 때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험업계는 이와 더불어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기적으로 한방병원을 방문·점검하면 보험사기가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관리 강화를 건의하고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