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랠리 기대감… 되살아나는 '중소형주 펀드'
시가총액 100위 밖의 중소형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중소형주 펀드에 개인투자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최근 수년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소외됐던 중소형주가 코스닥시장 활성화 기대로 강세를 보이면서 중소형주 펀드에 개인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활하는 중소형주 펀드

12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이날까지 국내에서 판매되는 중소형주 펀드(48개)에 2177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지난 9~10월 12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순유출된 것과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중소형주 펀드는 자산의 60% 이상을 중소형주로 채우는 상품이다. 연초 이후 중소형주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2.74%다.

이 기간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펀드는 올 들어 19.10%의 수익률을 올린 ‘NH-아문디Allset성장중소형주’(순유입액 1038억원)였다. ‘신영마라톤중소형주’와 ‘유리스몰뷰티v3목표전환’에도 각각 801억원, 414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오온수 KB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코스닥지수가 10년 만에 장중 800선을 돌파하는 등 강세를 보이자 중소형주 펀드에 관심을 갖는 개인도 늘고 있다”고 했다.

과거 중소형주 펀드는 변동성은 다소 높지만 수익률이 좋아 개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상품이었다. 중소형주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2009년 58.35%를 기록한 뒤 2015년까지 매년 플러스를 나타냈다. 2014~2015년에는 주요 편입 종목인 바이오·화장품주가 급격한 상승세를 타면서 연 20~30% 수익을 거둔 펀드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2015년 하반기부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필두로 한 대형주 위주의 장세가 펼쳐지면서 중소형주 펀드의 수익률도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중소형주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1.90%였다. 문윤정 신한금융투자 대치센트레빌지점 프라이빗뱅커(PB)는 “2015년 하반기 이후 중소형주 펀드의 수익률이 저조한 흐름을 보이면서 중소형주에 대한 개인들의 신뢰도 많이 낮아졌다”며 “간혹 수익률이 높은 펀드가 나와도 판매사인 증권사들이 좀처럼 추천하지 않았다”고 했다.

“내년엔 대형주 펀드보다 유리”

전문가들은 중소형주 펀드가 내년에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밸류운용본부장은 “코스닥 상장사의 영업이익 증가율 등을 감안하면 중소형주 상승세는 이제 막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며 “중소형주 투자 비중이 낮았던 외국인까지 ‘사자’ 행렬에 가세하면 상승세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국내 주식시장 ‘대장주’인 삼성전자를 많이 편입한 펀드가 많은 수익을 냈지만 내년에는 삼성전자의 실적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중소형주 펀드가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또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코스닥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중소형주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고 했다. 송승영 KEB하나은행 클럽1 PB센터 부장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힘입어 내수 비중이 높은 중소형주가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코스닥 상장 기업 가운데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이 8배를 밑돌아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매력이 큰 곳이 여전히 많다”고 했다.

다만 중소형주 펀드는 투자 대상 범위가 넓고 편입 종목의 주가 등락폭이 큰 만큼 대형주 펀드에 비해 손실 위험이 높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편입 종목의 실적에 따라 펀드별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