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추위와 롱패딩 열풍 덕에 패션업계 11월 매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달 평창 동계올림픽 기념 롱패딩을 판매한 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에 소비자들이 긴 줄을 선 모습.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이른 추위와 롱패딩 열풍 덕에 패션업계 11월 매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달 평창 동계올림픽 기념 롱패딩을 판매한 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에 소비자들이 긴 줄을 선 모습.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롱다운 ‘레스터’는 남성용 화이트 모든 사이즈가 품절됐다. 네이비와 블랙 주요 사이즈도 구할 수 없다. 여성용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디스커버리 11월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의 2배 정도로 뛰었다. 증권업계는 디스커버리의 올해 매출이 사상 최대인 3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밖에 올해 준비한 물량을 12월 초에 다 팔아버린 브랜드가 속출하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도 롱패딩 인기에 힘입어 11월에만 710억원어치를 팔았다. 라푸마의 11월 한 달 매출도 월평균 매출의 5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패션업계가 2012년 이후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

고맙다 롱패딩 열풍!… 한 달 만에 1년 매출 올린 아웃도어 브랜드
백화점도 5년 만에 함박웃음

패션업계는 11월 국내 판매액이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2년 등산복 등 아웃도어 인기가 정점에 올랐을 때 월매출이 7조~8조원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판매 증가다. 정장류를 제외하고 스포츠 아웃도어 캐주얼 등 모든 시장이 되살아났다.

제조업체들은 물론 유통업계도 뜻밖의 패션 호황에 들썩이고 있다. 현상 유지에 그치던 백화점 패션부문 매출은 지난달 최고점을 찍었다. 롯데백화점의 11월 스포츠 부문 매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3.5%에 달했다. 현대백화점도 11월에 아웃도어 24.8%, 스포츠는 24.8% 매출이 올랐다. 지난해 11월엔 각각 8%, 3.9% 성장하는 데 그쳤다. 신세계백화점의 11월 정기세일 매출도 급증했다. 특히 아웃도어 부문은 매출 증가율이 44.1%에 달했다. 2012년 39.3%를 기록한 지 5년 만에 최고치였다. 스포츠 의류도 38%나 매출이 올랐다.

이런 시장 분위기는 패션업체의 경영전략도 바꿔놓을 분위기다. 지난 5년간 패션업계에는 “버티는 게 이기는 것”이란 분위기가 지배했다. 내실이 화두였다. 장사가 안 되는 매장은 접었다. 하지만 추위가 불러온 롱패딩 열풍, 패션에 대한 관심 상승 등으로 공격적으로 사업전략을 변경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쇼핑 매출 10~40% 증가

홈쇼핑과 온라인몰도 패션시장 호황을 느끼고 있다. 현대홈쇼핑의 11월 패션의류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0.3% 뛰었다. 올해 9월 자체브랜드(PB)인 라씨엔토를 출시하면서 고급 소재 의류 판매가 증가했다. 강진규 현대홈쇼핑 패션상품기획팀 상품기획자(MD)는 “작년보다 올해 옷의 길이가 길어지고 소재도 고급화하면서 패션의류 객단가(1인당 매출)가 17%가량 높아졌다”며 “12월 들어서도 계속 한파가 이어지면서 밍크, 헤비다운 등의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CJ오쇼핑의 올해 11월 패션 매출은 작년보다 10% 이상 늘었다. 이 중 코트, 롱패딩 등 외투 비중이 50%를 차지했다. 프리미엄 구스다운인 ‘헤트레고’는 한 시간 만에 29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가 방송에 출연해 판매한 ‘씨이앤 롱패딩’도 한 시간 동안 21억원어치가 팔렸다.

온라인몰도 마찬가지다. G마켓의 11월 패션 매출은 작년보다 12% 늘었고 옥션은 18% 증가했다. 이베이 관계자는 “남성용 패딩 조끼와 여성용 카디건 매출이 특히 늘었다”고 전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마케팅비로 30억원을 투자하는 것보다 기온이 3도 내려가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할 만큼 추운 날씨 덕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추운 날씨에 작년 말 시작된 롱패딩 트렌드가 맞아떨어져 패션 호황으로 이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 소비층이 과거에는 여성, 중·고등학생 등이었지만 지금은 남녀노소 세대 가릴 것 없이 패션에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민지혜/이수빈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