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배임죄' 윤석금 회장, 기댈 건 특별사면뿐인데…
경제계는 기업인에 대한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사진)이 1순위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윤 회장에게 적용된 배임죄가 비슷한 사안을 다룬 대법원 판결에서 무죄 선고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2015년 12월 2심 재판에서 1500억원대의 배임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2년여에 걸친 재판과 건강 악화 등으로 항소를 포기해 유죄가 확정됐다. 당시 윤 회장은 부실계열사인 극동건설과 개인회사인 웅진캐피탈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우량계열사를 부당하게 동원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1심에서는 4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을 인정받아 구속되지는 않았다.

2심에선 우량계열사 지원에 앞서 사재 1800여억원을 부실회사에 먼저 출연해 본인이 큰 손실을 봤고, 계열사 지원 동기도 사적 이익 추구가 아니라 계열사의 경영 정상화였다는 점 등이 인정돼 집행유예를 받았다.

판결 당시 윤 회장은 “지금까지 투명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조금도 법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금융감독원과 검찰 조사에서도 개인 비리가 일절 나오지 않았는데 배임죄가 적용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1월 이낙영 전 SPP 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배임죄 판결은 윤 회장의 경우와 달랐다. “기업집단에서 계열사를 지원해도 합리적인 경영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면 배임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한 것. 법조계는 “의사결정의 절차나 개별적 행위 등을 따지기보다는 기업 경영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을 더 중시한 새로운 판례”로 해석했다.

윤 회장은 이 판결을 보고 거래 로펌에 자신도 법률적으로 구제가 가능한지를 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확정판결을 받은 만큼 사면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윤 회장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를 애초 계획보다 6년 앞당겨 모두 갚는 등 임직원과 한마음으로 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유죄 판결로 2020년 말까지 회사의 등기임원이 될 수 없고 출국에도 지장을 받는 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의 경우와 비춰보면 윤 회장에 대한 배임죄 적용은 억울한 측면이 많다”며 “모호한 법 적용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기업인에 대해서는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선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