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7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경제단체들이 몸을 사린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됐는데 요즘은 완전히 무력화됐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가 법인세율을 올려도 비판 성명 하나 내놓지 않고 기업인 사면 건의는 아예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놓고는 경제단체 간에 자중지란까지 빚어지는 양상이다.

10일 경제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반시장·친노동 성향 정책이 쏟아져나오는 가운데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주요 경제단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기업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대한상의는 “청와대에 기업인 사면을 건의할 계획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요청이 없었고 사면 건의를 해도 수용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정치권뿐만 아니라 노동계와 시민단체 등은 실명을 거론하며 사면을 직·간접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지난 7일 문 대통령과 종교인 지도자 간 오찬간담회에서는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복역 중인 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과 불법 폭력시위로 형을 살고 있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에 대한 사면 건의까지 나왔다. “되든, 안 되든 건의는 하고 봐야 할 것 아니냐”(모그룹 관계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뿐만 아니다. 국회가 지난 5일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이에 대해 성명서를 낸 경제단체는 한 곳도 없었다. 사전에 공청회나 국회 방문 등을 통해 기업 실태를 알리려는 움직임도 전혀 없었다. ‘근로시간 단축’ 문제에 대해서는 대한상의가 여야 합의안을 수용했다는 이유로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강력히 반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한상의가 본의 아니게 관변단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좌동욱/김정은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