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BNK·KB지주 등 승계과정 매끄럽지 않았다고 판단
승계시스템 개선책 마련…하나지주 등 CEO추천 프로세스도 점검

금융당국이 금융지주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승계과정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제도와 원칙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어서다.

금융지주회사들은 특정 대주주가 없는 지배구조로 인해 CEO 선임 때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2008년 KB금융지주와 2010년 신한은행 사태 때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이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을 제정하고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통해 CEO 경영승계 원칙과 추천절차 등을 명확히 하는 등 관련 제도를 완비했다.

하지만 최근 BNK금융지주나 KB금융지주 등 일련의 금융지주사 승계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놨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다시 경영승계 시스템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하고,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 감독을 강화하는 등 현행 제도가 실효성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 금융지주사 CEO승계 도마에…"셀프연임 안돼" 작심발언 후폭풍
금융지주사 CEO승계 왜 도마에… 당국 "제도·원칙 안지켜져"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사 경영승계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된 것은 지난달 29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작심발언이 발단이 됐다.

최 위원장은 당시 "금융지주사 CEO는 선임에 영향을 미칠 특정 대주주가 없어 해당 CEO가 본인의 연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 아니냐가 논란"이라면서 "CEO 스스로 가까운 분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본인의 연임을 유리하게 짠다는 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력한 승계 경쟁 후보를 인사 조처해 대안이 없게 만들고 혼자 연임을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성한 게 사실이면 CEO의 중대한 책무를 안 한 것이라며 '셀프연임' 시도에 대해 강력히 질타했다.
금융지주사 CEO승계 왜 도마에… 당국 "제도·원칙 안지켜져"
금융권에서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등을 겨냥했다는 추측이 이어졌다.

이어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임원회의에서 금융지주사들의 경영권 승계프로그램이 허술한 것 같다고 맞장구를 쳤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BNK금융지주부터 시작해서 KB금융지주 등 지주사 CEO 승계과정이 매끄럽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제도는 만들었는데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사 CEO승계 왜 도마에… 당국 "제도·원칙 안지켜져"
BNK금융지주는 지난 8월 중순 성세환 전임 회장이 주가조종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사의를 표명한 뒤 내부 인사와 외부인사인 김지완 현 회장 간 2파전이 노동조합 등의 반발로 9월 초까지 장기화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김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이자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캠프의 경제 고문이었다.

BNK금융지주 핵심 자회사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노조는 김 회장을 놓고 "낙하산 인사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한 바 있다.
금융지주사 CEO승계 왜 도마에… 당국 "제도·원칙 안지켜져"
KB금융지주 역시 윤종규 회장이 지난달 20일 연임을 확정지었지만, 연임 과정에서 노조가 진행한 온라인 찬반 설문조사에 회사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며 윤 회장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해 경찰의 KB금융 본사를 2차례나 압수수색하는 등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외에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도 KB금융의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 고가 인수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에 윤 회장을 배임 등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 금융감독당국 "지배구조 감독 강화"…금융혁신위 20일 최종권고안도 주목

금융지주회사들은 특정 대주주가 없는 지배구조로 인해 최고경영자(CEO) 선임 때마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KB금융지주는 2008년 지주회사 출범으로 CEO가 은행장에서 지주회사 회장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역할분담이 분명하게 정리되지 않은 허점으로 갈등이 이어졌고, CEO 승계리스크도 겪었다.

신한금융지주는 2010년 9월 지주회사 회장직 승계를 둘러싼 갈등이 고소·고발로 이어지면서 지주회사 회장, 사장, 은행장 사퇴로 이어진 신한 사태를 겪었다.
금융지주사 CEO승계 왜 도마에… 당국 "제도·원칙 안지켜져"
금융당국은 이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을 제정하고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통해 CEO 경영승계 원칙과 추천절차 등을 명확히 하는 등 관련 제도를 완비했지만, 여전히 제대로 운영이 안 되고 있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주요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면서 "(CEO추천 과정 등) 프로세스도 문제가 있는지 보겠다"고 밝혔다.

당장 내년 3월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새 CEO 선임절차에 들어가는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CEO 추천과정 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도 사외이사 면담 등을 통해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 감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연구원은 이와 관련, 금융당국이 모범규준 등 규정개정에만 치우치기보다는 실제 지배구조 운영과 관련한 확인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금융당국은 금융기관 주요 임원과 사외이사들의 임용에 대한 적합성 검사에서 직접 면담을 강화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당국의 규준을 금융기관들이 어느 정도 수용하는지 점검해 이행을 강화해온 바 있다.
금융지주사 CEO승계 왜 도마에… 당국 "제도·원칙 안지켜져"
금융위 개혁방안을 마련 중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도 오는 20일께 최종권고안을 통해 금융위원장에게 금융권 인사와 CEO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운영 시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은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노동조합 등이 추천하는 인사가 금융기관 이사회에 이사로 참여하는 노동이사제나 주주제안제를 포함해 금융권 CEO추천·선임 절차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혁신위는 지난 10월 중간발표에서 금융회사의 경우 CEO 추천 선임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인사의 투명성·공정성·책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쇄신방안이 필요하다는 1차 권고안을 내놓은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