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대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가 근로시간 단축의 단계적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중소·중견기업 단체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근로시간 단축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인데 상의가 마치 경제단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근로시간 단축을 주장하는 데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고위 관계자는 “대한상의가 중소기업계 의견을 물은 적도 없고,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근로시간 단계적 단축에 찬성한다는 발언을 할 것이라고 언질을 준 적도 없다”며 “말 그대로 상의의 독자 행동”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성택 중기중앙회 회장은 당초 19일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으나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일정을 12일로 앞당겼다. 업계에선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근로시간 단축을 여야 합의안인 3단계가 아니라 4단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5~19인이 종사하는 영세 중소기업의 경우 실태조사부터 한 뒤 근로시간 단축안을 탄력적으로 적용하자는 것이다. 정욱조 중기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중소기업 산업현장엔 지금도 27만 명의 인력이 부족하다”며 “고용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인력 공급 대책을 세워주든지, 실태조사 이후 시행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든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기중앙회는 노사가 합의하면 최대 근로시간과 별개로 주당 8시간의 추가 근로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제 도입도 요청하고 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이르면 11일 공식 입장을 내놓기로 했다. 반원익 중견련 상근부회장은 “국회안에 따르면 직원 수 300명 이상 기업은 당장 내년 7월부터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며 “근로시간 단축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는 현장 목소리가 적지 않아 적용 시기를 유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아란/문혜정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