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비판적인 의견을 냈다. 경제의 지속 성장을 낙관할 수 없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다.

KDI는 6일 발표한 ‘2017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3.1%)보다 낮은 2.9%로 제시하면서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는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DI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분기에 안정목표 수준까지 오른 이후 다시 낮아지는 추세”라며 “최근의 경기 개선도 견실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KDI는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등 대외 요인은 환율 등 금융시장 가격 변화를 통해 충분히 조정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지난달 30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연 1.25%인 기준금리를 연 1.50%로 6년5개월 만에 인상했다.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이번 금리 인상은 거시경제 지표를 볼 때 이른 판단이 아니었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물가가 여전히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오히려 금리를 인하할 여지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KDI는 수출이 증가하고 소비가 개선되는 추세긴 하지만 반도체 의존도가 커지고 있어 향후 경기는 반도체 교역요건 악화에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반도체 공장 신설 등이 감소하면서 설비투자 증가율은 올해 14.7%에서 내년 3.0%, 건설투자는 7.2%에서 0.4%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부장은 “반도체 외에 다른 산업은 경쟁력이 약화되는 조짐”이라고 분석했다.

KDI는 재정정책과 관련해서는 “세수 증가분은 재정건전성 우려를 완화하는 데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지출 확대와 사회보험 역할 강화로 국민부담률이 상승하는 추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