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 다시 들어온 일본 히타치 "고속엘리베이터 기술로 승부"
세계 5위 엘리베이터업체인 일본 히타치가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1999년 국내 승강기시장에서 철수한 지 18년 만에 다시 진출했다. 국내에서 5~10%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하면 생산 공장 설립도 검토하기로 했다.

사토 히로시 히타치제작소 빌딩시스템 사업부문(BU) 최고경영자(CEO)는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히타치엘리베이터코리아 설립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은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승강기 시장”이라며 “세계 최고속 엘리베이터를 만든 기술력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연간 신규 승강기 설치대수는 4만 대로 일본의 두 배 수준이다. 히타치는 국내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개발·재건축이 활발하고 호텔, 사무실, 고층아파트의 엘리베이터 수요도 탄탄할 것으로 판단해 한국 재진출을 결정했다. 이 회사는 1999년 기술 제휴를 맺은 LG산전 엘리베이터사업부문이 오티스에 매각되면서 한국에서 철수했다.

히타치는 지난 6월 중국 광저우에서 세계 최고속도인 분속 1260m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등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사토 CEO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등 초고층빌딩 승강기 입찰에 뛰어들 것”이라며 “아파트 시장도 중점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히타치는 장기적으로 국내에서 5~10%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해 현대(43%), 티센크루프(25%), 오티스(11%)에 이어 4위권에 오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나가시마 마코토 히타치 승강기사업부 본부장은 “내년 한국에서 500대 수주가 목표이며 연간 1000대 이상 수주하면 제조공장 설립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히타치는 1910년에 설립돼 현재 에너지, 가전제품, 수처리, 철도, 헬스케어사업에서 연 매출 89조원을 내는 일본의 전통 대기업이다. 승강기 사업은 빌딩시스템 사업부문에서 담당하며 지난해 약 5조6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 법인은 가타야마 쓰네아키 히타치엘리베이터코리아 회장과 오티스와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에서 경력을 쌓은 송승봉 대표(사진)가 경영을 맡았다. 송 대표는 “‘기술의 히타치’라는 말이 있듯 우수한 기술과 품질로 한국 시장에 조기 안착하겠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