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 브리치 CEO. (자료 = 브리치)

이진욱 브리치 CEO. (자료 = 브리치)

'이진욱 CEO/골목대장'

검은색 명함에 골목대장이라는 낯선 단어가 붙어었다. 동네 아이들을 진두지휘하는 골목대장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 대표에게 골목대장은 의지를 담은 단어였다.

이 대표는 "가로수길 홍대 등 서울 주요 지역의 메인도로는 SPA나 의류브랜드들이 다 차지해버렸다"며 "골목으로 구석구석 숨어든 매력적인 패션 편집숍을 발굴하겠다는 뜻을 담아 골목대장이라고 명함에 넣었다"고 밝혔다.

2014년 12월 출범한 브리치는 2000개 편집숍을 구축하고 있다. 골목에 숨은 편집숍을 온라인과 모바일로 그대로 옮겨놓은 패션플랫폼이다. 편집숍으로부터 받는 판매수수료가 주요 수익원이다. 대구 동성로에 사는 20대 여성도 브리치를 통해 서울 가로수길 편집숍에서 파는 코트를 구매할 수 있다.

이 대표가 브리치를 열게 된 이유는 가로수길 편집숍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다.

이 대표는 "위메프에서 패션뷰티 본부장으로 근무할 때 가로수길에 있는 한옥집 콘셉트의 남성 패션숍에 입점 요청을 했는데 거부당했다"며 "그 편집숍에 팬이기도 해서 입점을 적극 요청했지만, 당시 편집숍들은 종합 커머스에 들어가면 브랜드 이미지가 안 좋아진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회상했다.

그 길로 이 대표는 패션 편집숍의 특성을 살린 패션플랫폼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2014년 위메프에서 같이 근무하던 직원 4명과 사무실을 마련해 바로 거리로 나섰다.

'골목상권의 모바일화'를 위해 가로수길부터 공략에 나섰다. 골목에 줄지어 있는 편집숍들 중 '대장' 편집숍부터 접촉했다.

이 대표는 "한동안 지켜보고 있으면 사람들이 유독 많이 방문하는 편집숍이 있는데 바로 거기가 장사 잘 되는 대박집"이라며 "매장 사장님에게 눈도장을 많이 찍고, 여길 공략하면 입소문이 퍼져서 다른 편집숍들도 따라서 들어왔다"고 밝혔다.

문제는 당시 온라인커머스 경쟁이 치열했다는 점이었다. 오픈마켓 등 기존 온라인커머스 사업자에 맞설 무기는 블루오션이었다. 20~30대 직장인 여성들을 위한 편집숍을 입점시켰다. 당시 10대들을 위한 옷이나 캐주얼 위주 쇼핑몰은 넘쳐났지만, 직장 여성들을 위한 쇼핑몰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초기엔 편집숍들의 제품 사진 촬영과 배송까지 전담했다. 온라인몰을 운영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지만 자체 운영이 부담스러웠던 편집숍의 니즈를 충족시켰다.

이 대표는 "직접 브랜드를 조명하고 편집숍의 팬들을 늘려 성공을 이끄는 건 한국에 없던 시스템이었다"며 "사업 시작 후 1년간 직접 제품 촬영까지 맡으면서 50군데 편집숍을 입점시켰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앱도 젊은 층에게 친숙한 트위터 형식처럼 꾸몄다. 각 편집숍의 팔로잉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해당 편집숍의 신상품이 출시하면 팔로잉한 고객에게 신제품 입고 등 소식이 전달되는 시스템이다.

그 결과 브리치에 입점한 후 8개월 만에 월 1억원 매출을 올린 편집숍이 나왔다. 1층만 썼던 여성복 매장은 4층짜리 건물로 확장했다.

이 대표는 "브리치를 통해 월 매출 1억, 3억 나오는 매장들이 나오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며 "작년부터 올해까지 브리치에 입점한 편집숍 중 망했다는 곳은 1곳 밖에 없었다. 편집숍들이 브리치에서 내는 매출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의 월세를 메꾸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오픈마켓도 먼저 손을 내밀었다. 지난해 5월부터 11번가와 G마켓엔 브리치가 보유한 편집숍 매장의 데이터베이스(DB)를 제공하고 있다.

패션플랫폼으로 오픈마켓까지 입지를 넓힌 비결로 이 대표는 온라인커머스 경험을 꼽았다. 첫 직장이였던 G마켓을 거쳐 일본 큐텐, 위메프(2011년 초)를 거쳐본 것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G마켓과 큐텐에서 패션 상품기획자(MD)를 해 본 경험이 도움이 됐다"며 "특히 위메프에선 고객에게 어떤 마케팅으로 접근해야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현재 대부분의 직원들도 온라인 커머스에 재직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브리치는 패션플랫폼으로 큐레이션 서비스를 강화해 오픈마켓 등 온라인커머스와 차별화할 계획이다. 현재 모바일 앱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심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2015년 6월 매쉬업엔젤스 투자에서부터 총 3건의 투자를 받았고, 투자금은 기술혁신에 쓰고 있다.

이 대표는 "각 고객별 모바일 앱 페이지의 프론트에서부터 개인화가 되도록 발전시키고 있다"며 "메인 화면부터 팔로잉한 편집숍만 보여주고, 고객별 취향에 맞는 편집숍을 추천해주고 매칭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오프라인으로도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올해엔 콜라보 형식으로 입점업체와 자체상표(PB)로 텐셀 소재 티셔츠도 만들었다.

이 대표는 "브리치에 입점한 매장들의 제품을 선보이는 리치마켓을 롯데 노원 평촌 광복점에 열었고, 현대와 신세계와도 입점 논의 중"이라며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접한 고객들을 온라인, 모바일로 끌어들이는 전략도 펴고 있다"고 밝혔다.

가로수 길에서 시작한 3년 만에 브리치엔 현재 전국 편집숍은 물론 일부 해외 편집숍도 입점했다. 중국 징동닷컴 등에도 입점해 한국 편집숍의 판매 활로를 확대했다.

이 대표는 "올해 매월 방문자 수는 작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나 50만명 이상에 달한다"며 "올해 매출액과 거래액 모두 작년보다 3배 이상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리치는 일본과 동남아 진출도 꾀하고 있다. 전체 일본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서 3위인 조조타운처럼 되는 것이 목표다. 조조타운은 시가총액 10조원에 달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엔 일본 신주쿠 거리에서 봤던 옷을 브리치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일본, 동남아 각 나라의 골목 편집숍을 담아내는 일본형 조조타운처럼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하이서울브랜드기업 포커스]이진욱 브리치 CEO "한국형 조조타운 되겠다"

◆ 하이서울 브랜드란

서울시와 SBA가 서울 소재 우수 중소기업에 부여하는 공동 브랜드. 서울시 홍보 슬로건 ‘하이 서울(Hi Seoul)’을 활용해 만들었다. 세계 10대 도시 서울의 브랜드 파워를 십분 활용하자는 취지다. SBA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사업성과 기술성을 보유한 혁신형 중소기업에 브랜드 사용 권한을 주고, 다양한 마케팅 지원으로 이들 기업의 국내외 판로 개척을 돕고 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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