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을 29일 발표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을 29일 발표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정부가 원금 1000만원 이하 생계형 소액채무를 10년 이상 상환하지 못한 장기소액연체자를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장기소액연체자 중 상환능력이 없는 연체자에 대해선 추심을 중단하고 최대 3년 이내에 채권을 소각, 채무를 면제하기로 했다.

정부는 29일 당정협의를 통해 이같은 내용이 담긴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을 확정하고, 최종구 금융위원장 주재 관계기관 합동 브리핑을 통해 세부 내용을 발표했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누구도 혼자 가난해진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장기소액연체의 상황은 일차적으로는 채무자 본인의 책임이지만 부실대출에 대한 금융회사의 책임, 경제상황, 정책 사각지대 등 정부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연체자 159만명 중 절반은 혜택 받아야"

현재 장기소액연체자는 약 159만명, 규모는 총 6조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 약 83만명이 채무조정기구인 국민행복기금 내 장기소액연체자이고, 약 76만명은 민간 금융회사, 대부업체 등 채무자다. 행복기금 장기소액연체자는 평균 약 450만원을 14.7년간 연체 중인 상황이다.

정부는 채무정리 지원을 신청하는 사람에 한해 회수 가능한 재산이 없고, 중위소득의 60% 이하면 상환능력이 없다고 판단, 추심을 즉각 중단하고 채권 소각 등에 나선다. 이번 정책은 한시적인 조치로 내년 2월부터 시작해 내년 안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최 위원장은 "채무조정 신청자 수와 이 중 상환능력 심사를 통과하는 채무자 수를 추산할 수 없다"면서도 "159만명 중 절반 이상이 채무조정의 혜택을 받아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미지=금융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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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연체자 총 83만명에 대해서는 상환의지 등 채무자의 특성을 감안해 차등적으로 채무를 감면할 예정이다.

국민행복기금 내 미약정 연체자 약 40만명에 대해서는 채무자 본인의 신청 없이도 일괄적으로 재산과 소득을 조회해 상환능력을 심사한다. 이후 상환능력이 없으면 최대 3년 이내에 최권을 소각한다. 국민행복기금 미약정자 장기소액자의 평균 잔여 시효가 약 3.3년이라는 점을 감안했다.

국민행복기금 내에서 채무를 상환 중인 사람들의 대해서는 본인이 신청한 경우에만 상환능력을 심사하고, 상환능력이 없으면 즉시 채무를 면제한다.

약 76만명으로 추정되는 금융회사, 대부업체 등의 장기소액연체자의 경우 채무자 본인이 신청하면 상환능력을 심사해 채권 매입 또는 채무재조정을 통해 정리할 예정이다. 상환능력이 없으면 채권을 매입한 후 추심을 중단하고 최대 3년 이내 이를 소각한다.

이를 위해 기존 국민행복기금과 다른 장기소액연체채권 매입을 위한 신규 기구도 내년 2월 설립할 계획이다. 일시적 매입채권 소각을 위한 한시적 기구로 민법상 비영리 재단법인 형태로 설립된다. 재원은 관련 시민·사회단체 기부금과 금융권 출연금 등을 통해 충당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채무조정 과정에서 납세자의 세금을 재원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권의 출연금의 경우 당초 상환능력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한 금융회사가 그 잘못에 대해 일정한 책임을 지는 차원"이라고 했다.

◆대부업체 규제 강화…"장기연체자 발생 막는다"

장기연체자 발생 방지를 위해 관련 제도도 개선할 예정이다. 개인 부실채권의 과도한 재매각 방지를 위해 대부업자 규율을 강화한다. 부실채권의 재매각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무분별한 소멸시효 연장, 영세 대부업자의 과도한 추심 등을 막겠다는 것이다.

금융회사가 매각한 가계 부실채권을 대부업자가 매입하고, 대부업자는 이를 추심한다. 일정 부분 추심한 이후에는 부실채권을 또 다른 대부업체에 재매각해 수익을 추구한다. 이 과정에서 채권 소멸시효가 늘어나고, 과도한 추심이 이뤄진다.

우선 내년 상반기 중에 개인 부실채권 주요 매입자인 매입채권추심업자의 자본요건 등을 상향해 영세업자의 무분별한 진입을 차단한다. 현재 매입채권추심업자의 자본요건은 자기자본 3억원이다. 앞으로는 자기자본 10억원 이상, 상시인원 5인 이상으로 요건을 바꾼다.

매입채권 담보대출을 제한해 대부업자의 반복적인 채권매입도 방지한다. 저축은행, 여전사 등의 대부업자에 대한 대출규제도 강화한다.

신용회복위원회협약 채무조정이 가능하도록 의무 가입대상 대부업체를 확대하고 미가입시 과태료도 올릴 예정이다. 신복위 가입기관 보유 채권에 한해 채권자의 동의가 있으면 채무조정이 가능하다.

부실채권의 추심·매각 규율도 손본다. 내년 1월부터 업권별 자율규제 등을 통해 금융권의 무분별한 소멸시효 연장관행을 개선한다. 또 내년 상반기 중에 소멸시효완선채권 매각·추심 금지 및 대출채권 매각의 단계별 절차 규제를 법제화해 실행력을 강화한다.

이외에도 상시적 채무조정제도 이용을 통해 채무자들이 신속하게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법원 개인회생·파산 시 소요되는 바용 약 80만~200만원에 대한 지원대상도 대폭 확대한다.

◆국민행복기금 운영 개선

국민행복기금 운영에 대해서도 손을 볼 예정이다. 연내에 국민행복기금의 수익 배분구조 개편을 추진한다. 현재 국민행복기금은 채무자로부터 받은 상환액을 정산한 후 초과회수금을 금융회사에 배분하고 있다. 앞으로는 보유채권 중 채무자가 정상 상환 중인 기존 약정채권 등을 일괄 매각해 초과회수금 발생·지급을 중단할 계획이다.

또 내년 2월부터 장기소액연체자 외의 채무자에 대해서도 본인이 신청하는 경우 상환능력 재심사 후, 적극적인 채무조정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상환능력에 따라 최대 90% 원금감면율로 분할상환을 지원하고, 일시 상환시 20% 추가 감면 실시한다. 연내에는 국민행복기금 주채무자의 연대보증인 약 23만명에 대해 별도 신청을 받지않고 재산조사 후 즉시 채무를 면제할 방침이다.

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