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이 29일 올해 말 의결권 대리행사제도인 섀도보팅(그림자 투표)제도 폐지를 앞두고 정부와 여당에 대응책을 마련하 것을 촉구했다. 이날 여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섀도보팅 대안을 담은 상법 개정안 논의를 거부하면서다.

윤상직 의원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섀도보팅 폐지로 상장사 주주총회 대혼란이 예상된다”며 “기업과 투자자도 우리 법이 보호해야할 국민으로 정부 여당이 민생문제를 외면하는 무책임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섀도보팅 제도는 정족수 부족으로 주주총회가 무산되지 않도록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주주 100명 중 10명이 주총에 참석해 찬성과 반대가 7 대 3으로 나올 경우 나머지 90명도 이 비율대로 표결한 것으로 계산한다. 이 제도는 올해말에 폐지될 예정이다. 경제계에서는 섀도보팅 제도 폐지로 최소 25% 이상의 상장회사가 주주총회을 열지 못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따라 윤상직 의원은 경제계 혼란을 막기 위한 대안이 담긴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주총 결의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윤상직 의원 개정안은 당초 지난 29일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이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 9일 기업인들로부터 섀도보팅 폐지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를 들은 뒤 권성동 법사위원장, 금태섭 법사위원회 소위원장에게 대안 마련을 당부하면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여당 측은 28일 오후 7시에 갑자기 해당 법안을 논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윤상직 의원은 “여당이 ‘정부 100대 추진과제’인 경제민주화 정책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야당에서 동의해주지 않으면 섀도보팅 개정안에 동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법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문제를 들고 와서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발생할 수 있는 자본시장의 대혼란이라는 문제와 협상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윤상직 의원은 “만약 올해 말까지 상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내년부터 자본시장에 큰 혼란이 야기될 수 밖에 없다”며 “민생 해결을 위해 조건 없는 논의를 하루 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