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어디까지 올릴지 목표 정해야"
금융연구원-亞금융학회 세미나

미국 금리 인상으로 자본유출 현상이 벌어지면 한국에 또다시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회장은 한국금융연구원과 아시아금융학회가 27일 공동 개최한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과 한국의 금리 및 환율정책 과제' 정책 세미나에서 "미 금리 인상을 계기로 자본유출이 벌어질 가능성과 원/엔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감소,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한국에 금융위기가 다시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오 회장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자본유출이 일어나면 원/달러 환율은 상승하겠지만, 엔화는 약세를 보이면서 원/엔 환율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화 환율 하락은 수출업계에는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오 회장은 설명했다.

한국의 실물경제 여건도 탄탄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오 회장은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에 대해서 "2010년을 100으로 봤을 때 최근 9년 동안 102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회복동력을 상실한 상태"라며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2차 석유파동과 노동자 대투쟁 당시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또 북핵 위기와 미국과 중국 간 통상압력,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전망 불투명 등을 추가 악재로 꼽았다.

오 회장은 "현재 한국은 위기 요인이 쓰나미처럼 한꺼번에 몰려오는 실정"이라면서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에도 한국 경제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용해 외국 자금 유출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이 정책금리 인상 목표를 설정해 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SG)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어디까지 올릴 수 있는지 시장에 보여줄 수 있고 목표의식을 정하고 가는 것이 통화정책 수행에 있어 더 낫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연준이 점도표를 통해 내년도 금리 인상 속도를 공개하는 것처럼 한국은행도 금리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한국 경제의) 당장 발등의 불은 환율"이라며 "한국은행이 6월부터 지금까지 정책 정상화를 말한 것이 원화 강세의 재료가 됐다"고 말했다.

또 내년에 건설 경기가 안 좋아진다는 것은 모두가 예측하지만, 수출과 소비, 설비투자가 이 공백을 잘 메울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美금리인상시 자본유출 가능성… 韓 금융위기 닥칠 수도"
미국 내년도 금리 인상 속도를 놓고 미 연준과 시장이 이견을 보이면서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현재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내년에 3차례 추가인상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바클레이스, 웰스파고 등 투자은행(IB)들은 내년 금리 인상 횟수 전망치를 3회에서 2회로 줄였다.

선물시장에서 예상하는 내년 말 기준금리도 2%를 밑돌아 점도표와 큰 차이를 보였다.

김남종 금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향후 금리 인상을 둘러싼 연준과 시장 인식 차이가 변동성 확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