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국내 은행 해외지점·법인의 자금세탁방지(AML) 업무 관리·감독을 강화한다. AML 시스템 미비에 대한 과태료 상한선을 대폭 높이고 금융감독원을 통해 국내 은행 해외점포의 AML 준비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최근 미국 금융당국이 농협은행 뉴욕지점에 AML 대응 부실을 이유로 100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강화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정완규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은 2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은행권 준법감시인들과 간담회를 열고 AML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정 원장은 이날 “미국 금융당국이 2~3년 전부터 아시아계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며 “AML 대응을 잘못하면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FIU에 따르면 최근 미국 금융당국은 해외 은행의 현지점포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점포 내 준법감시인력을 지금보다 2~5배 늘려 총인원의 10% 이상으로 하고, 국내 본점 전문인력을 파견할 것을 권고했다. 강화된 자금세탁방지 규제에 대비한 컨설팅도 받을 것을 주문했다.

미국 금융당국은 이 같은 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곳에는 고강도 제재를 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8월 대만 메가뱅크는 AML 시스템 미비를 이유로 1억80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농협은행 등 뉴욕에 진출한 국내 은행에도 벌금을 매길 것으로 알려졌다.

FIU는 이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은행의 미국 점포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1000만원인 AML 관련 과태료 상한선을 대폭 높일 방침이다. 또 금융감독원을 통해 국내 은행 해외점포들의 AML 업무 수행을 집중 검사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대책에 대해 ‘사후약방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미국 금융당국이 농협은행 등에 벌금을 부과할 게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뒤늦게 사태 파악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