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참다가…'쓴소리' 쏟아낸 경총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사진)은 23일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임금 근로자의 급여가 더 오르는 구조는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를 대변하는 경총이 정부의 경제 정책을 정면 비판한 것은 6개월 만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현행 제도의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하지만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 실제로 제도가 수정될지는 미지수다.

김 부회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 조찬 포럼 인사말을 통해 “한국은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산입범위에 정기상여금 등 근로자들이 지급을 보장받는 임금의 상당 부분을 포함하지 않는 불합리한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정기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포함해 근로자에게 4000만원이 넘는 연봉을 지급하는 기업들도 기본급 비중이 낮으면 최저임금 위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는 직무수당 등 일부 수당과 기본급만 최저임금 적용 범위에 포함된다. 중식비 등 복리후생비와 정기상여금, 연장근로수당 등은 들어가지 않는다.

김 부회장은 “저임금 근로자의 최저생계 보장을 위한 최저임금제로 대기업 고임금 근로자가 더 큰 혜택을 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간 격차도 심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공무원, 교사·교직원, 생산직 등 호봉제 임금체계의 근로자들은 대부분 가장 낮은 1호봉 기본급이 최저임금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서 시작한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1호봉 기본 급여가 오르고, 이에 따라 상위 호봉의 급여도 차례차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빠져 있는 정기상여금도 덩달아 오르게 된다. 상여금은 보통 기본급에 연동되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통상임금 기준에는 정기상여금과 각종 수당이 들어가면서 반대로 최저임금 기준에는 이들 급여가 빠지는 모순도 지적했다. 그는 “정기상여금, 숙식비 등 근로자가 받는 임금과 금품은 모두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돼야 한다”며 “이 문제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해결되도록 경영계 의견을 국회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 5월 경총 포럼에서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했다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책을 받고 ‘쓴소리’를 자제해왔다. 그런 그가 다시 최저임금 제도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기업들의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