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카풀 앱' 서비스 제동…업계 '밥그릇 싸움'도 걸림돌
한국에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의 시장 안착이 어려운 이유는 규제뿐만 아니라 기존 업계의 이해관계 조정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발전을 위한 규제 개선 정책토론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최근 논란이 된 카풀 앱(응용프로그램) 풀러스를 ‘유사운송행위’ 등 위법 행위로 보는 정부 및 택시업계와 낡은 규제로 보는 스타트업업계의 이견을 좁히기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반발로 토론회는 무산됐다. 전국택시연합회와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들이 “택시기사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토론회장을 점거했기 때문이다.

헬스케어산업에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헬스케어산업이 발달한 핀란드에서는 환자가 365일, 24시간 의사에게 온라인으로 진찰받을 수 있다. ‘e헬스 서비스’ 덕분이다. 한국에선 원격의료가 원천 차단돼 있다. 진료의 안전성이 떨어지고 동네 병원이 고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의료계가 반대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택시업계와 의료업계의 이 같은 반발이 19세기 자동차가 출현했을 당시 마차 관련 업종의 기득권 보호를 위해 영국에서 제정한 ‘붉은 깃발법’을 떠올리게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붉은 깃발법의 핵심은 자동차를 마차보다 불편하게 달리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당시 영국 정부는 시속 30㎞까지 달릴 수 있는 증기자동차의 속도 제한을 6.4㎞로 결정했다. 또 자동차 앞에 붉은 깃발을 든 기수가 마차를 타고 달리며 자동차 운행을 이끌도록 했다. 지금 시각으로 보면 당시의 규제가 얼마나 작위적인지 알 수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한경·무역협회 공동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