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콘텐츠 시장에 영역 파괴 전쟁이 벌어졌다. ‘스타를 키우는 연예기획사’ ‘콘텐츠를 유통(방영)하는 방송사’라는 역할 분담은 이제 옛말이 됐다. 기획사는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를 직접 제작하기 시작했고 방송사는 기획사에 투자하는 식으로 아이돌 멤버 발굴에 나섰다. 연 100조원대로 급성장한 콘텐츠 시장을 놓고 서로의 영역을 넘보는 밸류체인(가치사슬) 선점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29일부터 JTBC를 통해 오디션 방송 ‘믹스나인’을 내보내고 있다. 이 회사가 처음 제작한 방송 프로그램이다. 지난 4일엔 소속 아이돌그룹 아이콘을 등장시킨 여행 프로그램 ‘교칙위반 수학여행’을 같은 채널에서 선보였다. SM엔터테인먼트도 ‘동네변호사 조들호’ ‘눈덩이 프로젝트’ 등 드라마와 예능을 제작했다.

방송사의 반격도 거세다. CJ E&M은 중소형 기획사 B2M엔터테인먼트 등에 투자한 뒤 이를 발판으로 아이돌 발굴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을 시즌 2까지 만들었다. 아이돌그룹 워너원 열풍도 이 프로그램에서 비롯했다. 지난해 설립한 스튜디오드래곤을 통해서는 각 방송사에 드라마를 공급하고 있다. KBS도 과거 아이돌 멤버들을 재발굴하는 ‘더 유닛’을 지난달 28일부터 방영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