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연례협의단이 14일 한국의 노동시장 정책 방향으로 제시한 ‘유연안정성(flexicurity)’이 주목받고 있다. 유연안정성은 사회 안전망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flexibility)’과 ‘안정성(security)’을 동시에 추구하는 제도다. 덴마크가 이 제도를 성공적으로 도입하면서 ‘덴마크 모델’로 유명해졌고 2000년대 이후에는 IMF도 노동 정책의 핵심 키워드의 하나로 강조하고 있다.

IMF는 유연안정성을 구현하는 ‘세 가지 정책 축’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①정규직에 대한 유연성 확대 ②실업자에 대한 강력하고 포용적인 사회안전망 구축 ③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active labor market policies)이 그것이다. 유연한 노동시장, 관대한 복지제도,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핵심으로 하는 덴마크식 황금삼각형 모델을 한국에도 적용하라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은 이 세 가지 측면 모두에서 선진국에 비해 뒤처져 있다는 평가가 많다. 우선 정규직의 유연성은 국제적으로 최하위 수준이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은 ‘근로자의 능력 부족’ 등 해고 사유가 폭넓게 인정되는 것에 비해 한국의 정규직은 정리해고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에서 어렵사리 ‘양대 지침’(저성과자 해고 허용,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을 도입했지만 새 정부 들어선 이조차 파기한 상태다.

실업자 사회안전망도 마찬가지다. 한국 근로자 실업급여 수급 기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중 가장 짧은 수준이다. 실업 후 사회안전망이 취약하다 보니 노조의 강력한 반발 등으로 정규직의 정리해고를 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평가도 많다.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도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은 사양 산업이나 구조조정 업종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직업교육을 활성화해 근로자의 재취업을 돕는 것을 말한다.

IMF는 “유연안정성의 기본 원칙은 일자리가 아니라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이라며 “유연안정성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술적이고 구조적인 변화에 적응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새로운 노동시장 구조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유연안정성 제도 도입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할 때는 비노동조합 근로자,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포함한 모든 이해당사자가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