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부회장(왼쪽), 정기선 부사장
권오갑 부회장(왼쪽), 정기선 부사장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전무(35)가 부사장으로 전격 승진하며 계열사 대표를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섰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71)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권오갑 부회장(66)은 지주사 대표로 내정돼 그룹 ‘컨트롤타워’를 맡게 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14일 이 같은 내용의 사장단 및 자회사 대표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전무에서 2년 만에 승진한 정 부사장은 지난해 말 분사한 선박 애프터서비스업체인 현대글로벌서비스의 공동 대표를 맡게 됐다. 정 부사장은 기존에 맡은 선박영업부문장 및 기획실 부실장 역할을 하면서 현대글로벌서비스를 미래 핵심사업으로 육성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전망이다.

주영걸 사장(왼쪽), 공기영 사장
주영걸 사장(왼쪽), 공기영 사장
그룹 관계자는 “그룹이 어려워지면서 책임경영 차원에서 오너 경영진이 나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오너 3세 경영자로서 본격적인 시험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선 정 부사장의 승진으로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등 비슷한 연령대의 다른 그룹 오너 3세의 승진 가능성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지주사 체제 전환 작업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로보틱스를 ‘현대중공업지주’로 명칭을 변경하기로 하고 그룹 2인자인 권 부회장을 대표로 내정한 것이다. 권 부회장은 미래사업 발굴과 그룹 사업재편, 대외활동에 전념하게 된다. 그룹 관계자는 “세대교체와 지주사 체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그룹 지배구조가 더욱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세대교체… 오너3세 정기선 부사장 승진
이번 인사에서 주요 계열사에 대한 경영진 교체도 함께 이뤄졌다. 최 회장은 현대중공업 자문역으로 위촉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최 회장은 1972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중공업 사장 등을 거치며 40여년간 조선소 현장을 지켜온 한국 조선업의 ‘산증인’이다.

전력기기 제조업체인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의 주영걸 대표이사(60)와 굴삭기 등 건설장비 제조업체 현대건설기계의 공기영 대표이사(55)는 나란히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안광헌 현대글로벌서비스 공동대표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 대표이사에는 현대건설기계 강철호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 내정됐다.

현대E&T의 새 대표에는 현대중공업의 심왕보 상무, 현대중공업모스에는 정명림 전무가 각각 전무와 부사장으로 승진해 새 대표로 내정됐다. 현대힘스 새 대표에는 오세광 현대중공업 상무가 내정됐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