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석의 뉴스 view]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먼저 나서야"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을 둘러싼 논란은 일찌감치 예고됐다. 지난 5월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5개 주요 정당은 모두 1만원을 공약했다. 1만원 인상 시점이 2020년인지, 2022년인지 정도의 차이였을 뿐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7월15일 내년 최저임금을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했다. 당시 중소·영세사업자의 인건비 부담이 큰 문제로 떠올랐다. 하루 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조원의 재정을 투입해서 영세사업주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배경이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과 함께 산입 범위나 지역·업종별 차등 적용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꾸준했다. 상여금 숙식비 등이 최저임금 산정 때 제외되므로 숙식비를 사업주가 지급하는 외국인 근로자에 비해 내국인 근로자는 역차별을 받을 소지가 크다. 지역별로 다른 물가나 생활 여건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단일 잣대를 적용하다 보니 농어촌에 비해 대도시 근로자가 불리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 양측과 전문가들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노사 간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동계는 ‘선(先) 1만원, 후(後) 개선’을 고집하고 있어 최저임금법 개정은 기대난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영세사업주 부담 완화를 구체화한 것이다. 30인 미만 기업의 월 190만원 미만 근로자가 대상이다. 이들이 내년 1년간 월 13만원을 지원받으려면 고용센터나 주민센터, 근로복지공단, 건강보험공단 등에 신청해야 한다. 근로계약서나 임금명세서 등 각종 증빙자료가 필요하고, 고용보험 가입도 필수다. 경영 여건이나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나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더 영세한 기업은 신청 자체를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사회보험료 부담 탓에 영세기업은 사업자나 근로자 모두 근로관계나 급여 수준 등의 노출을 꺼리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지난 8월 현재 44.1%에 불과하다. 결국 30인 미만 중소·영세기업 사이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날 공산이 크다. 신청을 해야 지원해 주는 제도들이 갖는 본질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급여가 최저임금을 밑도는 근로자 비율을 뜻하는 최저임금 미만율은 지난해 13.7%에서 내년에는 20.9~21.3%로 높아질 전망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계층이 나오면 재정에서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정부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임시방편 때문에 오히려 혜택 범위에서 벗어난 사각지대 근로자들의 박탈감은 더욱 커질 공산이 크다. 이들이야말로 최저 수준의 생활을 위해 최저임금 보호가 절실한 대상인데도 말이다.

최종석 노동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