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종합기술원이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개념상으로만 존재하던 ‘리튬공기 배터리’ 시제품을 세계 최초로 만든 것으로 상용화에 성공하면 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틀어쥘 것으로 삼성 측은 기대하고 있다.

8일 외신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종합기술원은 배터리 1㎏당 충전용량이 520W인 리튬공기 배터리 시제품을 제작했다. 이 같은 용량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2배다. 닛케이는 “닛산의 전기차 리프는 한 번 충전으로 400㎞를 주행할 수 있지만 삼성의 시제품을 사용하면 700㎞ 이상 갈 수 있다”고 전했다. 리튬공기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에 비해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어 전기차를 비롯한 이동장치의 디자인까지 바꿔놓을 전망이다.

리튬공기 배터리는 산소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산소가 배터리 내 금속을 산화하는 과정에서 전기를 발생시키고, 반대로 산화한 금속에서 산소를 분리하면 배터리가 충전된다. 전해액을 통해 리튬 원자를 이동시켜 충전과 방전을 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하면 액체가 새어 나가거나 불이 붙을 위험이 작다. 종합기술원이 개발한 리튬공기 배터리를 삼성SDI가 대량 생산하면 배터리는 물론 전기차 시장 판도까지 바꿔놓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에 제작한 시제품이 상용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배터리는 수천 번에 걸쳐 충전과 방전을 반복해야 하지만 이번에 제작한 시제품은 20번 충전하면 성능이 크게 저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