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오가는 전략물자의 절반가량을 해외 선사가 운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국적 선사의 일반 화물 수송률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국내 해운업의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액화천연가스(LNG), 원유, 철강 등 전략물자의 국적선 적치율은 58%(171척)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42%(124척)는 해외 선사가 나르고 있다. 특히 원유는 75%(60척), 한국가스공사가 수입하는 LNG는 55%를 해외 국적 선사가 운반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국적 선사 비중이 60%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은 원유와 군수품 100%를 자국 선사로 운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농산물과 석탄 등도 75%가량은 국적 선사를 이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한국은 국적 선사 의존도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역시 전략물자의 90% 이상을 자국 선사에 맡기고 있다. 선주협회 측은 “일본 철강사들은 해외 해운사가 수송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며 “해운사를 보유한 나라 중 국가 차원에서 보호해야 할 전략물자를 해외 선사에 맡겨 운송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비판했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국내 화주들이 해외 선사를 이용하는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선주협회 조사에 따르면 한진해운 파산 이후 원양 노선 수출입 물량 의 93%를 해외 선사가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적 선사 비중은 7%에 불과하다. 근해 수출입 적치율은 그나마 60%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미주 서안을 제외한 구주, 미주 동안, 남미 지역 운송을 외국 선사에 맡길 수밖에 없게 된 탓이 크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