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따로 보자고 하는데…고민입니다. ”

지난 2일 국내 5대 그룹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간 간담회가 끝난 뒤 모임에 참석했던 한 최고경영자(CEO)가 털어놓은 속내다. 김 위원장은 이날 5대 그룹 CEO와 연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런 모임을 자주 했으면 좋겠다. 개별 그룹과도 따로 만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별도로 연락하겠다”는 얘기도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이 다소 헷갈리는 것은 김 위원장이 지난 6월 대기업 CEO와의 ‘첫 간담회’ 때도 비슷한 얘기를 했기 때문이다. 기다리던(?) 개별 연락이 오지 않자 의례적인 인사 정도로 치부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같은 이야기를 다시 듣게 되자 회사 내부에서 “우리가 먼저 공정거래위원회에 만나자고 연락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의 개별적 만남 제안에 대한 주요 기업 대표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기업 측 참석자는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주)LG 사장,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 등 5명이었다.

예전부터 김 위원장과 친분이 있는 일부 사장들은 “기업들의 고민거리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기회”라며 반기는 눈치다. 이른바 ‘실세’인 김 위원장과 ‘핫라인’을 구축한다는 의미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더 많은 CEO는 부담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전언이다. 5대 그룹과의 간담회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는 마당에 굳이 1 대 1 면담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부정적인 기류도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뒤 정부 고위 관계자와의 개별 만남이 더 부담스러워졌다”고 털어놨다. 삼성그룹이 당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뒤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주식 매각과 관련해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과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 간 만남 및 전화 통화 내용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경영진의 뇌물죄 혐의를 뒷받침하는 주요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