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년 다섯 명 중 한 명은 학자금·생활비 등이 모자라 금융권 대출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13%는 캐피털, 대부업체 등으로부터 연 10%가 넘는 고금리 대출을 받았다. 1인당 평균 대출금은 1303만원에 달했다. 연체율도 일반 대출자보다 높았으며, 연체자 중 3분의 1가량은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다섯 명 중 한 명은 1303만원 빚 안고 산다
5일 금융위원회가 서민금융진흥원, 신용회복위원회 등과 함께 발표한 청년·대학생 금융실태조사 보고서 내용이다. 2012년 대학생 고금리대출 이용 실태 조사 이후 5년 만에 정부가 내놓은 보고서다. 만 19~31세 전국 성인남녀 중 대학생이 아닌 청년 850명, 전국 2·3·4년제 대학생 850명의 소득·대출·연체 현황 등이 보고서에 담겼다.

소득은 없는데, 돈은 모자라

보고서는 청년·대학생의 ‘암울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청년의 월평균 수입은 157만6000원, 월평균 지출은 89만3000원이었다. 또 대학생의 월 수입은 평균 50만1000원, 지출은 월 102만2000원이었다. 대학생의 지출이 많은 건 학자금 때문이었다. 대학생 74%가 연간 학자금 부담액이 500만~1000만원이라고 답했다. 청년·대학생 중 절반 이상은 생활비, 학자금 부담 탓에 돈이 모자란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부족한 돈을 부모로부터 지원받는다는 응답은 청년 51%, 대학생 76%에 달했다. 직접 돈을 벌어보고 싶지만 일자리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설문조사에 응한 청년의 19.7%가 ‘백수’였다. 대학생 네 명 중 한 명(26.6%)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72%는 이조차 알아보지 않았다.

결국 부족한 돈을 메우기 위해 대출에 의존하는 이들이 많았다. 조사 결과 청년·대학생의 13.1%가 대출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청년의 20.1%가 대출받은 적이 있으며, 1인당 평균 대출금은 1303만원으로 조사됐다. 대출 목적은 학자금 상환이 53.2%, 생활비 조달 20.5%, 주거비 15.8% 등이었다. 대학생 상황은 그나마 나았다. 대학생의 12.5%가 대출받은 적이 있었으며, 1인당 대출금은 평균 593만원이었다. 대출 목적은 학자금 마련이 85.9%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일반 차주보다 연체율 훨씬 높아

문제는 금융권 대출을 받은 청년·대학생의 부실 위험이 높다는 데 있다. 청년 가운데 연체해본 적이 있다는 응답자 비중은 15.2%에 달했다. 대학생도 연체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4.7%로 높았다. 고금리 대출 이용자도 상당했다. 청년 가운데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비중은 전체 대출 이용자의 13%에 달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용정보원이 추정한 청년층 연체율도 4.9%로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0.3%)보다 훨씬 높았다”며 “대출 연체 등으로 취업, 학업을 유지하기 힘든 청년·대학생이 상당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실태 조사를 토대로 다음달 중 청년·대학생 금융지원 강화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먼저 올해 청년·대학생 대상 ‘햇살론’ 공급 규모를 300억원가량 추가로 늘리기로 햇다. 햇살론은 연 15% 이상 고금리 대출을 받고 있는 대학생에게 저금리 전환대출을 해 주는 정책금융상품이다. 1인당 1200만원까지 연 4.5~5% 금리로 빌려준다. 내년에는 청년·대학생 대상 햇살론을 600억원가량 추가 공급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한국장학재단 등에서 대출받은 청년·대학생을 대상으로 빚을 줄여주는 등 재기 지원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태명/정지은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