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분류되는 제롬 파월(64) 연준 이사가 지난 2일(현지시간) 지명되자 국내 증권가는 대체로 안도하는 분위기다.

증시 전문가들은 파월 이사의 의장 지명을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미국의 금리 인상뿐만 아니라 세제 개편안 등 이슈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병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5일 "재닛 옐런 의장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만큼 현 정책에서 특별한 변화를 일으키지 않고 일관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시장에서 가장 우려한 것은 존 테일러 스탠퍼드 교수의 연준 의장 지명이었다"며 "테일러 교수가 지명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연준 의장 자리를 두고 막판까지 파월 지명자와 경합한 것으로 전해진 테일러 교수는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테일러 교수가 연준 의장으로 선임되면 통화 긴축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커 신흥시장에는 악재로 평가돼왔다.

통상적으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과 같은 신흥국 증시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우려가 크다.

또 원화 가치 하락으로 한국 증시의 매력이 떨어지는 원인이 된다.

서 연구원은 "다만 파월 이사의 의장 지명이 우리 증시에 엄청난 호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부에서는 아직 지명되지 않은 연준 부의장 자리에 테일러 교수가 선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지나치게 우호적인 해석은 경계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공식 지명 전부터 파월 이사의 지명 가능성이 가장 컸기 때문에 시장이 특별한 반응을 보일 이유는 없다"며 "다만 시장이 그의 지명을 '나쁜 이슈'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지명자가 연준의 현 정책 기조대로 통화정책을 펼치면 미국의 세제 개편과 규제 완화가 상대적으로 더 관심을 가질 이슈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김대준 연구원은 "연준이 앞으로 2∼3차례 금리를 올리면 시장이 다소 움직일 수 있다"며 "금융, 보험업은 금리 인상에 따라 주가가 오르고 정보기술(IT) 업종은 상승폭이 둔화하는 등 업종별로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상영 연구원은 "미국의 법인세 인하 폭이 예상보다 클 것으로 전망되고 그렇게 되면 기업 실적 호조로 미국 증시가 좋아질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개편안,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의 실적 등 미국발 변수에 앞으로도 국내 증시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