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미국 중앙은행(Fed) 차기 의장에 ‘비둘기파’인 제롬 파월 Fed 이사가 지명되자 시장은 안도했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공화당의 세제개편안에 실망해 전반적인 약세를 보이다가 파월의 지명 소식에 반등했다. 다우지수는 0.35%, S&P500지수는 0.02% 올랐다. 나스닥지수는 0.02% 하락했지만 낙폭을 크게 줄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파월을 지명하면서 “어떤 어려움에도 경제를 잘 이끌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월은 상원 인준을 거치면 내년 2월부터 4년간 Fed를 이끈다. 그는 “Fed의 책무인 고용과 물가 안정을 위해 모든 일을 다하겠다”며 “시장의 변화와 위험에 경계를 늦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월가의 대표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투자자들에게 돌린 메모에서 “파월 지명자의 경제·통화정책에 대한 시각이 현 Fed 지도부의 입장과 대체로 비슷해 통화정책의 연속성이 보장될 것”으로 예상했다.

재닛 옐런 Fed 의장
재닛 옐런 Fed 의장
이제 시장의 관심은 Fed 이사회 3개 공석 중 하나에 파월과 Fed 의장 후보로 경쟁한 ‘매파’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가 임명될 가능성에 쏠리고 있다. 내년 2월 의장직에서 물러날 재닛 옐런이 Fed 이사로 계속 일할지도 주목된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투표권이 Fed 이사진 일곱 명과 지역 연방은행장 다섯 명 등 총 열두 명에게 똑같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Fed엔 현재 파월 지명자와 옐런 의장,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 랜들 퀄스 이사 등 네 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테일러 교수가 공석을 채울 수 있다고 예상했다. 테일러 교수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좋은 인상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에서 정치학과 법학을 전공한 파월과 달리 그는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결정에 활용하는 ‘테일러 준칙’을 고안한 통화경제학자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테일러 준칙으로 추산한 미국의 적정 기준금리 수준은 연 2.8~3%다. 현재의 연 1.00~1.25%보다 세 배 가까이 높다. 테일러 교수가 Fed 이사회에 입성한다면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옐런은 연임 실패로 의장 임기가 내년 2월로 끝나지만 이사 임기는 2024년 1월까지다. JP모간은 테일러 교수의 Fed 이사나 부의장 지명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했다. 다수 이사가 공석인 점 등을 고려해 옐런은 의장 임기 만료 뒤에도 당분간 이사 역할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