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 경제는 정부가 푸는 8조원 현금으로 지탱되는 '외화내빈 성장'"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민간 소비 증대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낙수효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합니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사진)는 3일 서울 광화문 S타워에서 열린 《2018 한국경제 대전망》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한국 경제를 떠받칠 두 축인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 균형을 이루려면 혁신성장 정책이 좀 더 나와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8 한국경제 대전망》은 이 교수를 비롯해 30명의 경제 전문가가 공동 집필했다. 내년 경제 전망과 정책 이슈, 일본과 한국 간 비교·분석, 중국 기업의 급성장과 4차 산업혁명 등 다양한 주제를 망라했다.

이 교수는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의 성패는 낙수효과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소득주도성장 패키지의 낙수효과가 불확실하다면 결국 공급 측면의 혁신성장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교수의 결론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중국 기업의 빠른 성장에 대처하려면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은 돈(예산)이 아니라 제도(규제)의 문제”라며 “은산분리(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로 한국의 삼성페이는 단순한 무료 서비스에 그치고 있는 반면 중국의 알리페이는 수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점점 격차를 벌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준협 국회의장 정책기획비서관(전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내년 한국 경제는 정부 주도의 외화내빈(外華內貧) 성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과 설비투자 등 민간부문 지표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악화되지만 정부가 재정을 대거 풀어 부정적 효과를 상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동수당 신설과 기초연금 인상 등으로 내년에만 8조원에 달하는 현금이 새로 가계부문에 풀릴 것으로 분석했다.

이 비서관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한국 경제라는 마차에 달린 두 개의 바퀴에 비유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은 정책이 굉장히 구체적이고 굵직해 바퀴도 크겠지만 혁신성장 바퀴는 울퉁불퉁하고 작아서 균형이 맞지 않을 것”이라며 “혁신성장을 강화하려면 모든 제도와 정책을 새로 재설계하는 ‘혁신체제’ 구축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규제개혁과 산업 생태계 구축 등 ‘돈 안 드는 일’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간담회에선 청년층 노동시장에서 사실상 완전 고용을 이룬 일본과 심각한 청년 취업난을 겪고 있는 한국 간 차이를 둘러싼 분석도 나왔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본은 장년층이 은퇴한 자리를 청년층이 메우며 실업률이 뚝 떨어졌지만 한국은 그런 빈자리가 상대적으로 적어 청년 실업률이 단기간에 쉽게 낮아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