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강하지만 미래산업 약한 한국은 목발 짚은 환자"
“한국 경제는 목발을 짚고 있는 환자 같다.” 팀 황 피스컬노트 창업자 겸 대표(사진)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의 경쟁력을 이렇게 비유했다. 한쪽 다리(반도체, 스마트폰 같은 제조업)는 강하지만 다른 쪽(미래 산업)은 너무나 약하다는 이유에서다. 그중에서도 무형의 원자재로 불리는 빅데이터 분야에선 약소국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했다.

황 대표는 1일 ‘글로벌 인재포럼 2017’에서 ‘아이디어 하나가 세상을 바꾼다’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펼쳤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미국 벤처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20대 사업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피스컬노트는 법안·법률·규제 분석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2014년 CNN은 이 회사를 ‘세상을 바꿀 10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으로 선정했다.

황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기술로 ‘빅데이터 분석 능력’을 꼽았다. 그는 “지난 1~3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원자재 같은 손에 잡히는 물질이었다면 이제는 웹이나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수집되는 방대한 데이터가 핵심”이라며 “이렇게 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의미를 뽑아내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이 미래에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경쟁력은 데이터를 분석해 ‘예상하고 추측하는 것’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황 대표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통해 데이터에서 의미를 찾아 활용하면 세상은 빠르게 바뀔 것”이라며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한 신체 정보로 질병을 예측하고, 웹 데이터를 분석해 테러가 어디에서 일어날지 파악하고 막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한국이 이 같은 변화에 잘 적응하려면 상대적으로 약한 소프트웨어 분야를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에 수용적인 한국의 강점을 살린다면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한국은 국토 면적이나 인구 등 주어진 조건은 불리하지만 기술 발전을 잘 활용하면서 여러 분야에서 선진국과 경쟁하고 있다”며 “빅데이터 인재를 잘 기른다면 한국의 미래도 밝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험을 안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인재들을 위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