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한·KEB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3분기 실적을 모두 내놨다. 네 은행의 누적 순이익(1~3분기)은 6조429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1조3860억원) 늘었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 2011년 이후 최고 성적이다. 이 같은 은행들의 ‘실적 잔치’를 두고 일각에선 “이자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은행들이 예금금리는 그대로 유지한 채 가산금리만 높이는 손쉬운 장사로 돈을 벌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해외 은행 평균치에도 못 미칠 정도로 국내 은행의 수익성이 여전히 낮은 걸 감안할 때 이 같은 비판은 과도하다는 주장도 있다.

◆수익 급증한 은행들

3분기까지 순이익 7조… 2011년 이후 '최고 실적' 낸 은행들
올 들어 주요 은행들의 실적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4대 은행에 이어 31일 실적을 발표한 농협은행도 이자수익이 늘어나면서 1~3분기 누적 순이익(연결기준) 516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18억원의 적자를 낸 것과 비교해 수익이 급증했다. 농협은행을 포함한 ‘빅5’의 누적 순이익은 7조원에 육박할 정도다. 작년 1~3분기 순이익에 비해 40%가량 늘었다.

순이익 급증은 순이자마진(NIM) 개선 추세를 보면 확연하다. 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시중은행들의 NIM은 지난 연말 이후 3분기 연속 상승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규제 속에서도 꾸준히 대출 자산이 늘어난 데다 대출금리가 오른 덕분이다. 4개 은행 중 국민은행의 NIM이 3분기 1.74%로 가장 높았다. 국민은행의 NIM은 지난해 4분기 1.61%, 올해 1분기 1.66%, 2분기 1.72%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4분기 1.49%이던 NIM이 올해 3분기 1.56%로 상승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기업대출 부실이 대폭 줄면서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크게 감소했고,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핵심 수익원인 이자수익이 증가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은행에 비해 수익성 낮아

문제는 은행의 호(好)실적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 데 있다. 특히 최근 시장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은행들이 앞다퉈 가산금리까지 인상하면서 ‘이자 장사에만 열을 올린다’는 비판이 거세다. 정부도 은행들의 과도한 가산금리 인상 움직임에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은행들이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내고는 있지만 해외 선진국 은행들과 비교하면 수익성은 여전히 뒤처진다는 점에서다. 은행들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따져보면 여전히 글로벌 100대 은행의 평균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다.

글로벌 100대 은행의 평균 ROA(지난해 기준)는 0.85%인 데 비해 국내 은행(상반기 기준) 평균은 0.71%에 그쳤다. 올 3분기 4개 시중은행의 ROA도 0.59~0.78%로 여전히 해외 은행 평균치를 밑돌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일부 해외 은행들은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낮은데도 NIM이 3%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안상미/이현일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