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무늬만 임금피크제' 임금삭감률, 은행의 3분의 1
임금피크제 대상 공공기관 직원의 임금삭감률이 시중은행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자 정년 연장에 따라 임금 감액을 통해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임금피크제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30일 85개 공공기관 및 신한·국민·우리·하나 등 4대 은행에서 제출받은 임금피크제 운영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85개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적용 기간은 평균 2.8년으로, 4대 은행(평균 5년)보다 2년 이상 짧았다. 임금피크제는 2013년 법 개정으로 정년 60세가 보장됨에 따라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전면 도입된 제도다.

85개 공공기관은 4대 은행에 비해 임금피크제 적용 기간이 짧은 데다 연차별 임금 감액 비율도 낮아 은행처럼 5년 적용을 기준으로 하면 5년간 총임금지급률이 피크임금의 423.9%에 달했다. 피크임금이 연 500만원이었다면 5년간 총 212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지 않았다면 받았을 5년간 총임금 2500만원 대비 380만원밖에 깎이지 않은 것으로, 5년 기준 임금삭감률은 15.2%에 불과하다.

반면 은행은 5년간 총임금지급률이 피크임금의 250%로, 임금삭감률이 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임금삭감률의 세 배를 넘는 수준이다. 피크임금이 연 500만원이었다면 5년간 총 1250만원밖에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각 공공기관이 임금피크제를 통해 절감한 인건비를 신규 채용 재원으로 쓰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같은 임금삭감률로는 신규 채용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추 의원은 “공공기관의 ‘무늬만 임금피크제’는 세금으로 ‘신의 직장인’만 양산하는 꼴이 될 수 있다”며 “정부가 임금피크제 도입 취지를 감안해 실태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