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웅수(왼쪽)·김민수 벤&데릭 공동대표
허웅수(왼쪽)·김민수 벤&데릭 공동대표
국내 패션 스타트업 벤&데릭의 브랜드 ‘그래피커스’는 최근 영국 최대 온라인 편집숍 아소스에서 입점 요청을 받았다. 아소스는 연매출 약 2조원에 회원 수만 950만 명에 달하는 세계적인 편집숍이다. 한국 브랜드 처음으로 아소스에 입성하면 그래피커스는 비비안웨스트우드, 모스키노, 테드 베이커 등 유명 브랜드들과 경쟁하게 된다.

2014년 창업한 벤&데릭은 3년 만에 7개국, 10개 편집숍에 입점했다. 현재 매출의 70%를 해외에서 올린다. 국내에선 삼성물산의 패션 브랜드 비이커, 오리온 등과 협업한 ‘초코파이 티셔츠’로 잘 알려져 있다. 대학 동창인 이 회사의 허웅수·김민수 공동대표는 각각 한솔섬유와 세아상역에서 해외 영업을 하다 벤&데릭을 공동 창업했다.

그래피커스 인기 제품 ‘커밋’ 티셔츠
그래피커스 인기 제품 ‘커밋’ 티셔츠
허 대표는 “섬유회사에서 익힌 노하우에 한국의 빠른 패션 트렌드를 접목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두 사람의 영문이름을 합해 회사명을 지었고, 명함도 영어로 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그래피커스 온라인몰을 내면서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처음엔 어려움이 있었지만 패션에 캐릭터를 접목하면서 활로가 열렸다. 허 대표는 “원자재와 시제품은 서울 동대문 시장에서 조달하고 애니메이션 회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톰과 제리’ 등 캐릭터를 디자인에 활용했다”고 말했다.

디즈니와 워너브러더스는 라이선스 계약에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김 대표는 “상대방이 의사결정을 내리기 쉽도록 여러 디자인을 제안해 라이선스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허 대표는 “과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캐릭터를 ‘쿨’하게 연출한 게 주효했던 것 같다”고 했다.

두 사람은 작년부터 해외시장으로 나갔다. 독특한 디자인 덕에 프랑스 콜레트, 홍콩 아이티, 태국 잘로라 등 유명 편집숍의 ‘러브콜’을 받았다. 김 대표는 “콜레트에서는 작년 가을·겨울 시즌 세서미스트리트의 개구리 캐릭터인 ‘커밋’ 티셔츠를 단독 상품으로 내놨다”며 “출시하자마자 잇따라 완판돼 일곱 차례 재주문이 들어오는 등 ‘대박’이 났다”고 말했다. 콜레트는 지난 2월 파리 매장 지하의 편집숍 겸 레스토랑인 ‘워터바’를 아예 그래피커스의 팝업스토어로 꾸몄고 그래피커스 티셔츠 물량도 5배나 늘렸다.

벤&데릭의 다음 목표는 미국 시장이다. 유통망을 편집숍 위주에서 백화점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허 대표는 “음악가 미술가와 협업한 디자인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매출 20억원, 내년에는 3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