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 조선 3사의 내년 후판 수요가 올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후판 매출 급감을 우려한 철강업계는 감산, 수출 다변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조선 3사의 내년 예상 후판 수요는 180만~220만t인 것으로 집계됐다. 조선 3사가 올해 예상한 수요(400만t)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업황 악화로 선박 건조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라며 “오랜 수주 가뭄으로 기존에 확보했던 후판도 재고로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체가 후판을 선박 건조에 사용하는 시점은 보통 수주 1년 후부터다. 작년부터 이어진 조선업계 ‘수주절벽’의 영향이 올해와 내년 후판 수요 급감을 야기한 것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작년 수주 규모는 각각 63억달러와 5억달러로 전성기 수주액의 22%, 2% 수준에 불과했다.

국내 철강사들의 조선용 후판 판매도 매년 급감하고 있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철강사들이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판매한 조선용 후판은 총 198만t으로 작년 같은 기간(305만t)의 65% 수준에 불과했다. 국내 철강사들의 조선용 후판 생산량도 작년 1~8월 339만t에서 올해 같은 기간엔 230만t으로 100만t 이상 급감했다.

국내 주요 후판 공급사인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후판 공장의 가동률을 낮춰서 감산하거나 국내 조선사를 대신할 해외 수요처 발굴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내년부터 반토막나게 될 조선용 후판 매출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조선·철강업계 대표 격인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부터 6개월째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철강업계는 조선업황 악화를 감안해 철광석 원료탄 등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후판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손해를 감수해왔다. 업계에선 이번에 t당 5만~9만원가량 올리는 선에서 두 업체가 합의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후판 가격이 오르면 조선사들의 비용이 늘어나 영업이익은 감소할 전망이다. 후판 가격이 선박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초대형 유조선(VLCC)은 30%,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10%가량이다. t당 5만원 인상된다면 내년 예상 후판 수요(220만t)에 따른 비용은 1100억원가량 늘어난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