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한령' 직격탄 맞은 명동 가보니…상인들 "기대감 있지만, 체감은 아직"

"중국인 관광객이 다시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은 있지만 실제로 느껴지는 것은 없습니다."

중국의 사드보복 완화 조짐이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29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만난 상인 정 모(50) 씨는 이렇게 말했다.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를 운영하는 그는 "한중관계가 개선돼 중국인 관광객이 올지도 모른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며 "만약 진짜로 중국 제재가 풀린다고해도 최소 내년 설쯤은 돼야 중국인 관광객이 실제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정 씨와 얘기하는 동안 여러 손님이 정 씨 가게에서 소프트아이스크림을 주문했지만, 이 중 중국인 관광객은 아무도 없었다.

중국어를 사용하는 고객에게 말을 걸어보면 대만 관광객이었다.

정 씨는 "오히려 지금 성수기가 지나서 길거리에 사람이 여름보다 더 없다"며 "관광객이 계속 감소해서 5명 있던 직원을 2명으로 줄이는 식으로 겨우 버티고 있다"고 호소했다.

가방이나 지갑 등 잡화를 판매하는 가게 상인도 "중국인이 돌아온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다"며 "실제로 길에 중국인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빨리 중국과 사이가 좋아져야 한다"며 언젠간 중국인이 돌아올 것이라 기대했다.
[유커 돌아오나] "빨리 中과 사이 좋아지길" vs "中의존도 낮춰야"
중국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상인들의 말처럼 1년 전만 해도 마스크팩을 대량으로 구매해가던 중국인 관광객의 모습은 화장품 매장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아예 손님이 없거나 손님이 두 명 있는 매장의 경우 모두 일본인 관광객이었다.

이처럼 대체로 썰렁한 분위기였지만 일부 희망적인 모습도 보였다.

지난 여름 폐업한 화장품 가게 자리에는 새 매장이 만들어지고 있었고 화장품 가게 앞 점원들은 여전히 중국어를 포함한 여러 외국어로 손님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유커 돌아오나] "빨리 中과 사이 좋아지길" vs "中의존도 낮춰야"
일부 시민은 하루빨리 중국인 관광객이 돌아왔으면 하는 명동 상인들의 바람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쉬는 날이라 명동에 가방을 사러 나왔다는 조 모(29·여) 씨는 "중국어 간판뿐이고 한국어보다 중국어를 더 잘하는 직원이 많아 그동안 명동에서 쇼핑할 수 없었다"며 "지금은 명동에 중국인이 줄어 비교적 편하게 쇼핑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명동은 모든 것이 중국인 중심이라 오히려 내국인이 역차별을 받는 느낌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모(35·여) 씨도 "면세점에 쇼핑하러 갔더니 조선족으로 추정되는 직원이 내 말엔 대답조차 하지 않은 채 중국인들만 계속 상대해서 너무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이 씨는 "면세점 등 상인들이 중국인 위주로 장사하니까 중국인 관광객이 끊기게 되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안 오는 중국인만 오매불망 기다릴 것이 아니라 내국인이나 다른 외국인 관광객의 비중을 더 늘려 중국 관광객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