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80 2018년형
제네시스 G80 2018년형
완성차업체들은 새로운 자동차가 나올 때마다 이름을 정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차명은 차량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차의 이름을 마케팅·홍보 전략으로 활용하기 위한 이유도 있다.

아우디 A5 스포트백 g-트론
아우디 A5 스포트백 g-트론
언뜻 보면 난해한 차량의 이름에도 일정한 규칙이 있다.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 중 하나는 알파벳과 숫자를 섞는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배기량과 사용하는 연료 등 저마다 지니고 있는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

독일 차 브랜드가 이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알파벳으로 모델을 구분한다. 소형 A클래스부터 준중형 C클래스, 중형 E클래스, 플래그십(기함) 세단 S클래스 등으로 올라간다. 이런 작명법은 1972년 S클래스부터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 뒤로 배기량을 뜻하는 세 자릿수가 자리잡는 게 전통이었다. 경유(디젤)차는 마지막에 d를 더한다.

메르세데스벤츠 E 400은 3000㏄지만 그 이상의 성능을 발휘한다는 뜻에서 400을 붙였다.
메르세데스벤츠 E 400은 3000㏄지만 그 이상의 성능을 발휘한다는 뜻에서 400을 붙였다.
최근 들어서는 숫자가 배기량 외 다른 의미도 담는 추세다. 벤츠 E 220d는 배기량이 2000㏄다. 엔진 배기량을 낮추면서 출력은 유지하는 다운사이징 기술을 적용하면서다. 신형 벤츠 E 400은 배기량이 3000㏄지만 그 이상의 성능을 발휘한다는 뜻에서 400을 붙였다.

BMW는 숫자로 차급을 표현한다. 소형 1시리즈부터 플래그십 모델인 7시리즈로 올라간다. BMW도 차급 숫자 뒤에는 배기량을 나타내는 두 자릿수를 붙이는 것이 전통이었다. 국내 베스트셀링카로 꼽히는 520d는 중형 세단을 의미하는 5와 배기량 2000㏄, 디젤(d)이 합쳐진 것이다.

최근에는 이런 원칙을 깨고 있다. BMW 530i의 30은 예전 3000㏄급의 출력을 낸다는 뜻이다. 530i의 배기량은 2000㏄지만 터보차저 두 개를 단 트윈터보 엔진이어서 최고 출력이 웬만한 3000㏄급 이상인 252마력에 달한다. 가솔린 차량 뒤에 붙는 i는 직분사(direct injection) 기술을 적용했다는 의미다.

BMW의 530d는 중형 세단을 의미하는 5와 배기량 3000㏄, 디젤(d)이 합쳐진 것이다.
BMW의 530d는 중형 세단을 의미하는 5와 배기량 3000㏄, 디젤(d)이 합쳐진 것이다.
아우디는 알파벳 첫 글자(Audi)의 A에 차급을 나타내는 1~8 숫자를 붙인다. 그 뒤에 붙이는 숫자는 현재 판매하고 있는 차량부터 배기량 대신 출력을 보여주는 두 자릿수를 붙인다. 예컨대 아우디 A4 30 TDI는 준중형 세단 A4에 최고 출력 108~128마력을 내는 디젤 엔진을 장착했다는 뜻이다.

최고 출력을 30(108~128마력) 35(147~160마력) 40(167~201마력) 45(226~248마력) 등으로 나타낸다. 범위는 25부터 70(536마력 이상)까지다. 이 숫자는 중력가속도 1G(9.8㎨)를 100으로 봤을 때 해당 차량의 출력 수준을 중력가속도로 바꿔서 나온 값에서 도출했다. 뒤에 붙은 숫자가 25라면 차량 출력이 중력가속도의 25% 수준이라는 의미다.

아우디는 또 가솔린 터보 엔진에 TFSI(터보 직분사)를, 디젤 터보 엔진은 TDI(터보 디젤 직분사)를 붙인다. 전기차에는 전기(electricity)를 붙인 e-트론을, 가스차에는 가스(gas)를 붙인 g-트론을 쓴다.

이런 작명 방식은 국내 완성차업체도 사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브랜드를 나타내는 알파벳 G와 차급을 나타내는 숫자인 70(준중형)과 80(대형)을 붙인다. 최상위 모델인 EQ900은 과거 에쿠스를 계승하면서 완성과 절정을 의미하는 9를 붙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